7월, 여행 이야기
7월, 여행 이야기
  • 배은희
  • 승인 2019.07.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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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희
대구대산초등학교장
여름이 깊어가는 이맘때쯤이면 모내기를 끝낸 파릇한 논과 자전거를 타고 한가로이 둑을 달리는 농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 정겨운 농촌 풍경이 떠올라 자꾸만 마음이 흔들립니다.

여느 때 우리들은 몸이 보내는 증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는 무심히 지나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었는지 한 번쯤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분주함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잠시 떠나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이란 색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또 ‘저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상상하며 우리와는 다른 정서와 문화를 알아가는 여유로움을 누릴 수도 있어 참 신비롭습니다. 간혹 새로운 구경을 넘어 뜻밖의 호의와 따스함을 만나 서로의 마음을 건네기도 하니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느낄 수도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몸만 떠났다 분주하게 돌아오는 의례적인 여행보다는 움츠렸던 마음이 자유함을 누릴 수 있는 울림이 있는 여행이 되면 좋겠습니다. 자연이 주는 처방에 따라 마음을 비워내고 강물처럼 흐르다 바람처럼 휘돌아오는 채움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당연히 잘 알고 잘 이해해줄 것이라고 습관처럼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슴 아린 생채기에도 서로의 감정을 모른 척하며 애써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동안 가족이기에 벽을 쌓을 수밖에 없었던 깊숙한 속마음들을 모두 털어내고 서로를 다독여 주며 건넨 귀한 깨달음을 깊이 공감하며 위로하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면 온 가족이 서로의 치유자로서 오늘보다는 더 성숙해져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가족과 함께 떠나는 행복한 여행을 꿈꿔봅니다.

마음을 유혹하는 청아한 풍경소리가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던 곳, 시원한 그늘로 더위마저 잊게 했던 초록 숲과 바람 계곡, 맨발에 전해지던 바다의 촉감을 느끼며 노을이 붉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던 곳, 마음을 앗아간 풍경에 이끌려 오래도록 발이 묶였던 여러 기억들을 더듬으며 눈에 담고 마음에 새겨뒀던 풍경들을 다시금 떠올려보니 우리를 닮은 풍경에 왠지 모르게 눈길이 머물고 마음이 끌리는 것 같습니다.

올 때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요란스럽게 왔다가 갈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쩍 떠나버리는 파도처럼 우리도 뒤돌아보지 말고 지금 훌쩍 떠납시다.

지금 여러분의 시선이 머물고 여러분의 마음을 끌어는 그곳은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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