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총회 가보셨어요?
주민총회 가보셨어요?
  • 승인 2019.07.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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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대구가 뜨겁다. 8개 구·군의 139개 동네가 주민들의 열기로 더 뜨겁다.

삼복더위에 동주민센터에 모여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내년도 사업을 결정한다.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주민들이 모여 직접 의제를 만들고 주민총회를 거쳐 내년에 시행하게 된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일부로서 동·리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주민총회’는 민주주의 학습장이자 대구형 주민자치 실험실이다. 다양한 주민자치 과목 중 한 과목인 셈이다. 동지역회의는 특히 주민자치와 참여예산의 결합으로 행정의 칸막이를 없앤 협업행정 사례로 주목된다.

주민자치를 위한 다양한 기회들을 만들수 있음에도, 주민자치 논의가 주민자치회로 대표되고 있어 안타깝고도 아쉬운 상황에서 주민들이 직접 모여 작은 성과를 이루는 동지역회의라는 짧은 경험이 향후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낼 것임을 믿는다. 올해는 처음이라 다소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이후의 평가와 피드백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직접민주제가 확대되는 추세에서 왜, 어떻게 이러한 제도를 받아들일지 생각해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으나 짧은 기간에 마무리하느라 목표 외의 담론을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사업의 의의를 무색캐하는 행정의 엄격한 잣대에 주민들이 연구하고 발품을 팔아 만든 많은 의제들이 쓰러졌지만, 마을공동체를 발견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공유하는 그 과정은 주민역량으로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는 시민 모두가 자신의 삶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지만 우리가 선택하고 있는 간접민주주의에서는 오로지 의사결정자를 선출하는 권한만 갖는 한계가 있다.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는 공동체의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함께 결정함으로써 무엇보다 늘어나는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세금을 들여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는 우리가 만든 것이기에.

지구상에 오늘날에도 직접민주제 정부를 채택하고 있는 곳으로 스위스와 미국을 보자. 스위스의 주에 해당하는 캔턴(canton)과 지방정부 코뮌(commune), 그리고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 지역이 알려져 있다. 스위스 국민들의 신뢰와 긍지는 자신들의 정치체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주민총회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미국의 타운미팅 또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출석해 직접 정책을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 정부형태이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주민들은 주민총회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 스스로 유권자가 되어 주민총회에 모이는 그들은 400년 넘게 특유의 지방자치제도를 가지고 있다.

실제 미국의 정치제도는 다양하다. 우리나라처럼 오로지 한가지 정부형태로서 대표제-집행부와 의회 기관대립형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민주제-주민총회제 같은 지방정부형태도 있다.

대표제 정부형태로서 시장-의회형만 아니라 의회-매니저형, 위원회형도 있다. 한 가지 제도만 전국의 지방정부에 똑같이 적용되는 우리로서는 생소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이야 말로 미국의 경쟁력이다. 주민들 스스로 택한 만큼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제로서 주민총회는 시민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주권재민의 현장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공유가 일어나고 소수의 독점이 해제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생산된다.

물론 시민들의 낮은 출석율로 인한 대표성 문제가 크다. 참여하고 싶어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의 증가는 오히려 소수에 의한 독점을 낳는다.

미국 뉴잉글랜드 타운미팅도 시간이 흐르면서 회의장소, 출석율 등의 문제로 ‘대표제 주민총회’로 바뀌기도 하지만 원형은 그대로 유지된다

우리가 아테네를 기억하는 것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이루어지던 직접민주주의 때문이다. 모든 시민이 민회에 모여 정책을 결정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지금 우리도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라는 새로운 정치제도를 맞는 전환기이다.

경북 의성에서는 63년 만에 면장을 뽑았다. 개방형 공모를 거쳐 주민대표의 투표로 이루어진 일이다.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장, 전남 순천시 낙안면장에 이어 전국 세 번째의 시·도가 멀지 않은 이웃 의성에서 일어났다. 행정이 앞장서는 주민자치 운동장에서 이제 주민들도 운동화를 고쳐신어야 한다. 주민자치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우리의 고상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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