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인 함께 생활·수업하는 학교로”
“장애·비장애인 함께 생활·수업하는 학교로”
  • 서혜지
  • 승인 2019.07.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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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용 신임 대구사이버대총장 포부
대구, 특수학교 5곳 ‘전국 유일’
3대째 잇는 특수교육 특화 열정
대구대에 ‘K-PACE’ 최초 설립
발달장애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
공동체생활 배우며 사회성 향상
“일반대생과 융화되는 교육 목표”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이근용 총장

“10년이 지나면 영광학원에서 운영하는 5개 특수학교 중 1~2곳만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수학교가 줄어들더라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장애인들은 장애인대로 자신감을 갖고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이해하고 함께 생활한다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최근 대구사이버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근용 총장은 과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을 하면서 서로 교류가 잘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서로 함께 모여 이해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선상에 있는 발달장애의 경우 사회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조화롭게 융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대에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고등교육 전문 기관 ‘케이페이스‘(이하 K-PACE)를 최초로 설립했다. 미국 내셔널 루이스 대학의 페이스(PACE) 프로그램을 도입해, 3년 동안 금전 관리·생활 기술 등 직업 탐색 교육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비록 학위는 없는 3년제지만 학생들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인턴십을 하면서 직업도 갖고 사회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로 부터 호응이 상당히 좋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K-PACE 학생들은 일반 대학생들과 함께 교양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도 한다”면서 “번듯한 직업보다 발달 장애 청년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근용 총장은 특수교육을 일군 3대 고(故)이영식 목사의 손자이자 고(故)이태영 초대 총장의 큰 아들이다. 1946년, 그의 할아버지 이영식 목사는 시각장애·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해 대구광명학교(옛 맹아학교)를 세웠다. 이 총장도 그곳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거주했다. 말보다 수화를 먼저 배웠고 같이 지낸 친구들이 장애라서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온종일 뛰어놀다가, 같은 방에서 잠들었다. 세계 최초의 무형 도서관인 ‘종달새 전화도서관(신문·잡지를 녹음해 시각장애인들이 전화로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개관한 시각장애인 신인식 목사, 김선규 나사렛대 재활자립학과 교수 등이 그와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이 총장의 할아버지, 이영식 목사는 공동묘지 땅 1만평을 대구시로부터 증여받았지만, 공사비가 없어 장애인들과 함께 직접 벽돌을 나르며 건물을 하나하나 지었다. 이 총장이 태어나고 자란 맹아학교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 총장은, 할아버지 이영식 목사를 회상하며 “1919년 3·1 만세 운동 때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돼, 2년 넘게 형무소에 계셨다. 고문을 받다가 청력을 잃게 됐고, 장애의 아픔을 공감한 할아버지께선 평생 아프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셨다.”며 “목사가 된 후 가장 먼저 한센병(일명 나병) 환자들이 살고 있는 ‘애락원’에 들어가셨다. 20년간 이들을 보살핀 할아버지는 장애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맹아 학교를 설립다” 고 했다.

1956년, 이 목사는 한국사회사업대학교(현 대구대)를 세우고, 국내 대학 최초로 특수교육학과를 개설했다. 특수학교를 설립하고 보니, 이들을 가르치는 전문 교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967년엔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보병학교와 보건학교(지체부자유)까지 설립했다. ‘3대’째 이어진 특수교육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선친인 이태영 대구대 초대 총장은 특수교육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1973년 한국특수교육연구협회 회장이 된 그는 장애 아동들의 고등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법안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1977년 특수교육진흥법이 제정됐다. 1983년엔 한국 최초의 정서장애학교인 덕희학교를 설립했다. 맹아학교가 대구광명학교(시각장애), 대구영화학교(청각장애)로 분리되면서, 총 5개의 특수학교(대구보명학교, 대구보건학교 포함)가 대구 대명동에 자리 잡게 됐다. 대구대 경산캠퍼스를 건립한 그는 특수교육·사회복지·재활과학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해, 대구대를 전국 주요 종합대학으로 성장시켰다.

이근용 총장은 “5개의 특수학교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은 대한민국 ,특히 대구밖에 없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서로 이해하며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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