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서 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 24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0세. 1939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구 계성고,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청와대 경제비서관, 공업진흥청장을 거쳐 1994년 통상산업부 차관을 지냈다.
관가에서는 통상분야의 기틀을 닦은 그를 ‘타이거 박’으로 불렀다. 1983년 상공부 통상진흥국장 시절 도쿄에서 일본 대표단과 무역협상을 벌일 때 재떨이를 깨뜨릴 정도로 격론을 벌이며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고 일본 언론이 붙여줬다.
차관직에서 물러난 뒤 LG그룹 데이콤 회장을 맡아 적자에서 흑자로 탈바꿈시킨 뒤 2003년 은퇴했다.
은퇴 이후 고인은 사업사업가로 변신해 2005년 필리핀 오리엔탈 민도로섬에 사는 원주민인 ‘망얀족’ 봉사에 투신했다.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제까지는 나를 위해 살았지만 남은 인생은 남을 위해 살겠다”라고 말했다.
그 후 10여년을 필리핀 밀림에서 원주민들과 지내며 여러 교회를 세우고 벼농사법 등을 가르쳤다. 2015년 필리핀 현지에서 타고 있던 트럭이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인 채로 서울로 후송돼 의식을 찾은 뒤 몸을 추스른 다음 다시 필리핀 원주민에게로 돌아갔다.
유족은 부인 김옥자씨와 아들 찬준·찬훈·찬모씨가 있다. 빈소는 고인의 유해가 국내로 운구되는 오는 27일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될 예정.
채영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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