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금지법’ 학교 현장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나?
‘갑질금지법’ 학교 현장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나?
  • 승인 2019.07.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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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문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하 갑질금지법)이 시행되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나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신고 시에 반드시 이를 조사해야 하고,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징계 등의 이에 합당한 조취를 취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질병을 산재에 해당하는 경우로 규정하게 되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인 간의 ‘관계’의 문제까지도 법제화하여야 한다는 현실은 다소 서글프지만, 세태를 적시에 반영한 법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의 발의 이후 교육계에서는 학교관리자의 갑질행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전교조를 중심으로 갑질 행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갑질금지법이 학교 현장에 어떠한 영향을, 얼마나 미치게 될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가장 먼저 이 법과 관련하여 말할 문제가 한 가지 있다. 정말 놀랍게도 일반 행정직이나 교원 등의 공무원은 갑질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니어서, 대통령령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나.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공무원이 갑질하지 않게끔 하는 ‘갑질 근절 추진방안’을 내면서, 폐쇄적 질서와 문화를 가진 문화계, 예술계, 체육계, 교육계, 의료계 등의 강력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긴 하다.

여하간 지금까지의 규정만 살핀다면 일단은 돌봄전담사 등과 같은 교육감이 사용자인 근로자의 경우는 갑질금지법을 적용받는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인 학교의 경우에는, 이러한 법의 적용 대상에 대한 정리 역시 후속적인 과제로 남는 것이다.

폭언, 협박, 작은 실수에도 고성을 지르는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며 압박하는 경우. 욕설 등 심한 말을 퍼붓는 경우. 병가나 특별휴가 신청 시 반드시 상관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경우. 근무 시간에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 업무 수행 시 의도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일을 배제하거나 무시하며 따돌리는 경우. 업무 능력과 성과를 조롱하는 경우. 부서 이동을 강요하는 경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식, 음주, 흡연을 강요하는 경우.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경우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학교 역시 전형적인 관료제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에, 크고 작은 ‘갑질’이 자행되어 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짧은 교육경력에도 위 내용에 해당하는 몇 가지의 사건들을 금방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학교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얼마나 다양한 갑질을 경험해 왔을 것인지 상상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학교 사회 역시 일반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함께 반성할 부분이 많다.

이러한 법의 제정과 실현이 실제 직장생활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정말 현실 속에서 이러한 부분을 모두 법적으로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갑질 금지의 법제화는 사용자에게 일말의 경각심을 줄 수 있다. 곧 첫 번째, 두 번째 법적인 처분 대상자도 생길 것이다. 이러한 처분의 결과는 각 직장의 문화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관계의 변화가 강제적이라는 점에는 다소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어쩌랴, 그렇게 해야 직장문화가 바뀐다면야.

학교든 회사든 시대가 바뀌어가면서 직장 내의 인식 전환이 많이 일어난 것만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 비하면 이러한 갑질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으며, 직장 관계 역시 조금씩 나름대로의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갑질금지법 역시 발전하는 직장문화의 끝에는 사족 같은 법안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옛 생각하면서 본전이 아쉬울 사람들도 있겠지만, ‘갑질문화’는 ‘문화’라는 이름을 붙이기 부끄러운 내용물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름다운 옛 전통이 아니란 말이다. 뭐 한편으로 내가 교육계만 하더라도, 소위 ‘갑질’의 소문들이 아직도 종종 들리는 걸 보면, 아직은 갑질금지법이 금세 무용지물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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