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곤충유통사업단]미래 식량자원 ‘곤충’ 산업화로 글로벌 경쟁력 키운다
[예천곤충유통사업단]미래 식량자원 ‘곤충’ 산업화로 글로벌 경쟁력 키운다
  • 김광재
  • 승인 2019.07.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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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예천곤충유통사업단
지역 4개 법인·67개 개별 농가
하나의 이름으로 가상마을 형성
깨끗한 사육장서 안전하게 키워
건강식품·요리 개발 등 총력
생태원 등 갖추고 연구 힘쏟아
2009년 곤충산업 특구 지정받아
생태원-전경
예천군 효자면에 조성된 예천곤충생태원. 예천곤충유통사업단의 ‘곤충 푸드 & 카페’가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이곳에서 문을 열었다. 전영호기자

‘몸이 머리, 가슴, 배로 나눠져 있고 세 쌍의 다리와 두 쌍의 날개가 있으며……’ 특별한 계기로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아니라면, 곤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 정도였다.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곤충이라고 해도 누에나 꿀벌 정도를 떠올릴 뿐이었다. 그러나 화분매개용, 천적용, 사료용, 의약용, 식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곤충을 이용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어느새 곤충산업은 주목받는 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1994년 말 농촌진흥청이 잠업시험장을 잠사곤충연구소로 개편하면서 산업곤충과를 만들었다. 예천군은 우리나라 곤충산업의 태동기인 1998년에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산업곤충연구소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곤충산업특구로 지정받았으며, 곤충생태원, 곤충생태체험관, 꿀벌육종센터, 호박벌특화센터 등을 갖추고 등 다양한 곤충 연구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6년에는 예천세계곤충엑스포를 통해 곤충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곤충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였다.

특히 곤충은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경 세계 인구가 약 9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미래 대체식량으로 곤충을 지목하고 있다. 보통 곤충은 사료 2kg으로 1kg의 곤충식품을 만들 수 있지만, 가축의 경우 사료 8kg을 먹어야 1kg의 고기를 만들 수 있다. 생산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영양적으로는 단백질 함유량이 돼지고기보다 많고 소고기, 달걀과 비슷한 정도다. 또 혈행 개선효과가 있다고 보고돼 있는 불포화 지방산이 총지방산 중 70% 이상을 차지하며 칼슘, 철 등 무기질 함량 또한 높다.
 

꽃벵이
자연에서 얻는 고단백 식품 원료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팀은 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 섭취가 영양 상태와 면역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예천군에서도 곤충사육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7년에는 예천군곤충유통사업단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 선정돼, 곤충생산농가 조직화, 품질관리, 곤충자원의 홍보 및 마케팅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4개 법인과 67개 개별 사육 농가가 곤충유통사업단에 가입돼, 청정지역 예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육농가와 법인들이 곤충유통사업단이라는 이름의 가상의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예천곤충유통사업단의 회원 농가는 위생적인 사육장, 안전한 사육방식으로 생산된 곤충원료를 이용해 청결한 가공시설에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지역 가공시설에서 개발하기 힘든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와 협약을 맺어 개발하고 있다.
 

사육장
영농조합볍인 예천공충세상의 위생적인 사육장.

현재 국내에서 식용이 가능한 곤충은 총 7종이다. 과거부터 식용해 온 벼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과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과학적 입증을 거쳐 새로운 식품원료로 등록한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쌍별귀뚜라미 등이다. 예천군의 곤충사육 농가와 법인에서는 이 식용곤충으로 분말, 환, 건조, 엑기스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예천곤충유통사업단이 한미양행과 함께 개발해 유통사업단 전용 쇼핑몰(insectshop.co.kr)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를 원료로 한 ‘예굼종시’와 ‘예굼분말스틱’, 그리고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을 원료로 한 ‘더고소애 분말스틱’과 ‘더고소애 타정’이다.

‘예굼종시’는 발효 꽃벵이 건조 분말에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밀크씨슬 추출물(실리마린)을 결합한 건강기능식품이다. ‘예굼분말스틱’은 100% 천연원료를 사용한 꽃벵이 가수분해 분말 제품이다. ‘더고소애 분말 스틱’은 단백질이 60% 함유된 고단백 제품으로 인체 흡수율을 높인 고소애 100% 제품이며, ‘더고소애 타정’은 고소애 분말에 몸에 좋은 초유, 콜라겐, 해조칼슘, 아미노산을 첨가해, 씹어 먹을 수 있는 알약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선우곤충아카데미-교실
조리실습 시설이 갖춰진 선우아카데미 교육장.

자식이나 기능성식품 이외에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을 통해 곤충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곤충요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곤충을 첨가해 맛과 영양을 높인 곤충요리는 식용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없애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예천곤충유통사업단은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함께 곤충을 요리 재료로 사용한 메뉴 개발과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권중신·김광재기자

 

제품
시판하고 있는 각종 제품들.

“유기농 사료만 써…품질에 자신”

 

예천곤충세상-이정옥대표
 

단장-이정옥 곤충세상 영농조합법인 대표

“간이 나빠져서 일어나 앉아 있기도 힘들어할 정도 기력이 떨어진 분이 있었어요. 건축업을 하시는 분인데 병원에서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요. 그분이 꽃벵이를 꾸준히 복용하고 건강을 되찾아서 지금은 한 해에 집을 대여섯 채씩 지을 정도로 회복했습니다. 굼벵이를 먹고 건강을 찾았다고 핵서 그분 별명이 풍뎅이가 됐어요.”

예천곤충유통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옥(사진) 곤충세상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간이 좋지 않거나,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앓라 단백질 섭취가 필요한 환자들이 곤충은 통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곤충은 한번 먹어보고 효과를 본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런 사람들이 주변의 주변에 소개를 하면서 새로운 구매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에는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로 힘든 사람들이 평소 건강보조식품으로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있다고 한다.

곤충세상 사무실 옆에는 고소애 사육장과 꽃벵이 사육장이 이어져 있다. 음악이 흐르는 사육장 안에 층층이 놓인 사육통 안에서 곤충들이 자라고 있다. 고소애는 3개월 꽃벵이는 45일 주기이며, 일부는 번식용으로 알을 받고 나머지는 제품으로 가공된다. 고소애가 자라고 있는 사육통에는 연한 미색의 가루가 깔려있다.

“고소애에게 깔아주는 것은 밀기울인데, 저희는 예천의 유기농 우리밀 농가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개떡 해 먹을 정도로 깨끗한 거예요. 저희는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자식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곤충을 키우고 있어요, 정성을 다해 위생적으로 사육, 가공한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예천은 공장이 없는 청정지역이잖아요. 거기다 사료로 먹이는 채소들도 유기농으로 깨끗하게 재배하고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곤충 제품보다 품질에서 앞선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고소애, 꽃벵이 등 곤충식품 환자식이 기력이 쇠약한 환자들에게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상처 회복, 면역력 보강 등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잇따른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이정옥 대표는 그뿐 아니라 100세 시대의 건강한 노년을 위해 평소에도 곤충 식품을 통해 건강 관리를 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곤충 요리로 청년들 유혹할 것”
 

오병인대표
 

대외협력이사 - 오병인 선우약찬 대표

“곤충요리 명인이 되어,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 보급하고 싶어요. 또 곤충을 통해 청년들이 미래를 보고 예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도 하고 싶고요.”

오병인 선우약찬 대표(예천곤충유통사업단 대외협력이사·사진)는 곤충요리 전문가로서 이 두 가지를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9년 전 귀촌한 그는 처음엔 곤충에 관심이 없었고 예천이 곤충특구인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2016 예천세계곤충엑스포를 통해 곤충에 빠져들게 됐다.

“저는 한번 빠져들면 미친 듯이 하는 성격이에요. 곤충유통사업단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할 때에는 aT센터, 코엑스 등 전국에서 열리는 관련 행사에는 거의 모두 참석해 예천 곤충을 알렸죠. 또 떡, 장류, 장아찌, 정과, 양갱, 전병 등 전국의 요리 명인을 직접 찾아다니며 배웠어요. 돌아와서는 여러 번 해보면서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1년에 4만㎞씩 달렸더라고요.”

이런 노력은 2017년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박람회 대상(국회의장상), 대한민국향토식문화대전 대상(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등을 각종 요리경연대회 수상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고소애 떡으로 시작해 곤충이 들어간 고추장, 된장, 쿠키, 전병, 약과, 굼벵이 새싹인삼 튀김 등 다양한 요리를 개발했다. 전국의 대형 컨벤션 행사에 ‘찾아가는 팜파티’ 의뢰를 받으면, 자신이 개발한 곤충요리를 선보이며 예천의 곤충산업과 곤충요리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법제한 굼벵이를 넣어 달인 간장으로 담근 새싹인삼 장아찌를 개발해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굼벵이의 찬 성분과 인삼의 따뜻한 성분이 어우러진 음식으로,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 대표는 곤충요리 교육과 보급에도 열심이다. 청년창업교육기관으로 지정을 받아 식용곤충 사육, 원료화, 식품개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곤충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서 조금만 노력하면 소득창출이 가능해요. 지역의 결혼이주 여성이나 도청 이전으로 유입된 젊은이들을 위해서도 곤충요리 분야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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