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마을로 들어오는 악한 기운 막고 좋은 기운은 못 나가게”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마을로 들어오는 악한 기운 막고 좋은 기운은 못 나가게”
  • 채영택
  • 승인 2019.07.28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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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집 살던 경주 최씨 집성촌
대구 유일 조선시대 양반 가옥
대암의 증손자가 ‘비보림’ 조성
환경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숲
옻골마을 정비 중 나무 보호 필요
나무-마을 관련성 잘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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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의 느티나무 비보림. 나무가 연못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6)대구의 비보림과 옻골마을


대구시 동구 둔산동에는 옻골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옻골마을은 1616년(광해 8년) 조선 중기의 학자였던 대암 최동집이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경주 최씨의 집성촌을 이루게 되면서부터 마을을 이루게 됐는데 마을의 일부 주택은 현대식으로 신축 혹은 개축되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기와 고택과 황토흙이 깔려 있는 옛 길, 전통 양식의 돌담은 옛 조선시대 양반가의 생활상을 가까이에서 둘러볼 수 있는 소중한 역사 민속 자료임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옻골마을 입구에는 비보림(수)이라는 숲이 있다. 비보림은 마을 입구에서 외부의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듯 감싸고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마을이 잘 보이지 않지만 비보림을 지나면 또 다시 마을 가운데 회화나무 보호수 두 그루가 정자목으로 우람하게 서 있다. 비보림을 지나야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전국적으로 비보림은 수도 없이 많지만 마을 바깥의 액운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비보는 우리나라 전통 마을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경관의 보완 방법인데, 풍수지리상 길지 또는 명당을 찾고 그곳에 집을 짓고 마을을 형성하려고 했으나,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지형이 좁은 관계로 그러한 조건을 갖춘 곳이 그리많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부족한 장소라고 하더라도 풍수지리 구조상의 허점을 보완하여 삶터를 보완하였는데, 이를 비보라 하였다.

옻골마을의 비보림(대구시 지정 보호수, 2-26호, 1982.10.30.)은 12그루의 느티나무가 평균 수령 약 400년, 나무 높이가 10-12m, 가슴둘레 2.5-3m 가량인 숲을 이루고 마을 진입도로 우측에까지 연결되어 있어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다. 더욱 특이한 것은 비보수 앞에는 연못이 있는데 연못을 향해 나뭇가지가 모두 구부러져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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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입구 보호수 주위에 공사용 석재가 쌓여 있다.


옻골마을 비보림은 대구시 사료에 따르면 대암의 증손자 최수학(1652-1714)이 조성하였다고 한다. 최수학은 풍수지리에 밝아 마을 중심부에는 학자를 상징하는(일명 학자수) 나무인 회화나무 2그루(대구시 지정 보호수 2-15, 1982.10.30.)를 심고 동구에는 느티나무를 심어 사기(邪氣)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반대로 마을의 좋은 기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허한 서쪽에는 소나무 숲을 조성했으며, 못을 파서 뒤쪽 대암산의 거북이 못에 머물면서 마을의 안녕을 지켜 주기를 바랐다. 마을 뒷산인 대암산 정상에는 거북이를 닮은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모양이 거북과 같이 생겼다 하여 생구암(生龜岩)이라 부르는데 풍수지리학상 거북은 물이 필요하다하여 마을 입구 서쪽에 연못을 조성했다. 거북이의 생존 환경 특성상 물과 그늘이 필요했으리라.

느티나무는 기이하게도 연못을 향해 가지를 굽혀 연못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 연못 또한 비보연못으로 옻골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비보림의 가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논할수 있지만 환경 생태학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숲이다. 비보라는 의미에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들이 존재한다.

옻골마을의 비보는 풍수의 원전격이라고 할 수 있는 ‘청오경’과 ‘금낭경’의 풀이를 참고로 하면 비보풍수는 산·수·방위·문화가 어루러저 잘 융합된 조직(마을이나 촌락 등)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곳 비보림은 느티나무로 되어 있다. 느티나무를 비보림으로 조성한 것은 아마도 느티나무가 가지고 있는 당산목의 성격과 그늘을 잘 드리우는 정자목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느티나무가 마을의 동목(洞木)이나 정자나무로서의 기능을 많이 하였다. 억센 줄기는 강인한 의지를 나타내고, 고루 퍼진 가지는 조화된 질서를, 그리고 단정한 잎들은 예의를 나타내며 옛날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마을 나무로 널리 심어온 나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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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골마을 비보림과 비보 연못에 대한 정비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얼마전 이곳을 들를 일이 있어 옻골마을을 찾았는데, 해당 관청에서 불교 성지인 대구에서 유일하게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조선의 대표적 유교 양반 마을을 영구히 보전하고 후손들에게 덕목이 되게하고자 한옥체험을 더욱 활성화하고 연못을 정비하며 땅위를 지나가는 전봇대와 전선을 지중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사는 매일 진행되고 있는 듯, 공기에 맞추기 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보호수인 비보림의 건강을 살펴보기 위해 연못을 만드는 현장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느티나무는 다행히 뿌리가 깊게 뻗는 나무라서 연못의 둑을 만들기 위해 파낸 곳에 굵은 뿌리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미 뿌리는 깊숙이 아래로 내려가 자리를 하고 있는 듯하였다. 일부 잔뿌리가 끊겨진 표토 부분은 있었으나 이를 위한 나무의 보호 조치는 없는 듯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잔뿌리의 역할은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문가의 진단 결과를 토대로 공사를 진행했겠지만 비보림은 옻골마을만의 유산은 아니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가고 체험을 하고, 특히 연못 주위에서 사진을 찍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비보림은 시민의 나무다. 잘 관리하고 보호해야 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다행히 나무의 건강도는 아직까지는 괜찮은 듯하다. 마을 중앙에는 잔가지의 자태가 수려한 회화나무가 있어서 마을 주민이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쉼터와 그늘을 제공하는 장소로 제공되기도 한다.

그런데 나무 주위에 연못 공사에 쓰이는 큰 돌을 보호수 바로 옆에다가 무더기로 쌓아 놓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었다. 비보림과 비보연못은 생태적인 의미가 크다. 마을을 지속적으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숲으로 둘러싸이고 마을의 뒷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수계는 물질 순환을 원활하게 해서 그곳만의 생물적 다양성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구성 요소다. 뿐만 아니라 비보숲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심리적인 안정성과 편안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보림의 녹지는 도시녹지와도 연결되는 녹지축에 속한다. 진입로의 가로수 선형녹지와 좌우의 자연녹지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이렇듯 비보림은 보호수로서의 중요성과 하나의 완전한 마을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생태숲으로 그 가치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공사를 위한 공사가 아닌 비보라는 문화 유산적 측면을 먼저 생각한다면 비보림과 마을 중앙의 보호수의 생명을 먼저 생각할 일이다.

대구에서 조선시대 양반 가옥이 유일하게 완전하게 보존돼 있다는 것만으로 훌륭한 문화 유산이 되겠지만 이들을 위호하고 보호하는 소나무림이나 보호수인 비보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옻골마을의 보호수인 화화나무와 비보림의 생태적 존재 가치와 양반 마을의 상호 관련성을 우리 후대는 잘 배우고 되새겨 볼 일이다.

 
도시숲조경관리전문가되기저자2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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