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토막 쳐진 채 낙지가
한 접시에 들쑥날쑥 올려진다
멀뚱하던 상처를 서로의 품속에 묻었다
몸부림으로 질기게 들러붙던 저력도
혀끝부터 발끝까지 점점 나른해지는 시간이다
진득진득 뒹굴다가 죽음 앞에서
허물어지는 물컹한 것들
마지막 비릿한 체액 울컥 쏟는 그곳에서
한 몸이었을 적엔 몰랐을 접시 위의 사랑놀이
참기름 같은 달빛 버무려 낙지가 낙지를 삼킨다
◇이복희= 문학시대 신인상,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에세이문예 회원, 구상예술제 금상, 시공간 회원, 낙동강세계평화문학상, 선주문학상 수상, 구미사우회 회원.
<해설> 낙지 탕탕이를 시켜놓고 먹는 재미에 빠질 만도 한데 시인은 삶의 면면 같은 진득진득한 사랑 시 한 편을 완성시켰다. 사랑이란 달콤하지도 않고, 환희롭지도 않고, 그저 진득이 버무려져 함께 뒹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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