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브안노
밖브안노
  • 승인 2019.07.29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순란ㆍ주부
바람과 해가 서로 자기가 더 세다고 으스대며 지나가는 행인의 외투를 벗기는 이야기가 있다. 바람이 세게 불자 외투를 더 꼭 움켜지고, 해가 강하게 빛을 내리쬐자 외투도 벗고, 윗옷도 벗고, 바지도 벗었다. 너무 더워 속옷마저 벗고싶었겠지만 혹시나 누가 볼세라 겨우 남겨두었을 것이다. 해가 승리했다.

뜨거운 해가 위세를 부리는 여름이다. 사람들의 옷은 점점 짧아진다. 짧은 바지, 짧은 소매, 얇은 천, 어깨를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여성도 많다. 홍희네 집도 여름이 되니 두 남자가 윗옷은 아예 입지 않고 다닌다. 결혼초부터 남편은 그랬고, 좀 부끄러웠다.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예의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열이 많은 체질이라 윗옷을 입고 있으면 답답해했다. 겨울에도 벗고 있으면서 춥다고 했다. 여름에는 수영복처럼 딱 한 개만 입고 있어 고1딸 보기가 민망해 잠옷 반바지라도 입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한다. 아들도 고2부터인가 윗옷을 벗고 있다.

딸도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다. 집에 와서 두 남자가 없으면 윗옷을 벗는다. 브래지어도 벗고 싶은데 겨우 참는다고 한다. 혹시 습관이 될까봐 민소매 티셔츠라도 입으라고 하지만 한 겹 더 입는게 덥단다. 홍희도 갱년기증상인지 자주 더위를 느낀다. 집에서도 브라, 런닝셔츠. 티셔츠까지 입고 있었는데 올여름 들어서는 집에 오면 브라와 런닝셔츠는 벗어 던진다. 벗고나면 시원하고 편안해진다. 브라를 살 때도 와이어가 없는 것을 사고, 패드가 없는것을 산다. 끈이 불편하고, 패드도 답답하다. 두 남자처럼 겉옷 하나만 입고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브라제조업체에서는 통풍되고 편한 브라를 만들면 좋겠다.

여름에 브라를 안 하면 편하고 시원하다. 집에서는 안 한다. 집 밖을 나설때도 안 하고 싶다. 중학교때 생리가 시작되면서 가슴도 나오기 시작했다. 작은 가슴이지만 가슴의 모양을 잡아주고, 처지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당연히 브라를 해야된다고 인식했다. 생리가 시작된 것이 여자인 것처럼 브라도 해야 여자인 것처럼 말이다. 여자라는 성정체성이 형성될 시기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30년 넘게 브라는 가슴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아무리 시원하고 편해도 벗고 다닐 용기가 없다. 브라를 벗고 집밖을 나가지는 못한다.

화사는 젊다. 화사가 공항 갈 때 노브라로 간 걸 사진찍고 기사화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공식적인 행사도 아니고 예의를 갖추어야할 자리도 아인데 개인사생활을 굳이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되게끔 해야 했을까라는 의견이 있다. 중앙일보기사 중 ‘노브라’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가 있다. 긍정적 43.7%, 상관없다 28.1%, 부정적 28.2%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속옷을 갖춰입지 않은게 단정치 못해보여서 39.6%, 성적인 이미지가 연상돼서 28.9%,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행동이라서 17.3 % 등이다.

1967년 1월 6일, 가수 윤복희의 공항패션이 생각난다.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미니스커트를 입고왔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미니스커트는 급속도로 유행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경찰로 하여금 단속을 했다. 지금은 일상이 된 미니스커트를 홍희는 즐겨입지는 않는다. 1967년 미니스커트가 공항패션으로 이슈된 것이 화사의 노브라 공항패션을 보며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