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기도
듣는 기도
  • 승인 2019.07.3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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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 연구소장
신(神)께 기도를 한다는 것은 사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받고 싶은 것을 달라고 외치는 행위가 아니라 신이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귀담아 듣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든, 원하지 않는 것이든 순종으로 받아들일 마음을 가지기 위해 나를 순종의 자리로 가져가는 행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기도는 늘 ‘듣는 기도’이기보다 ‘말하는 기도’였다. 그것은 신의 이야기를 듣고자 함이 아니고, 자신의 원하는 바를 신께 전하고자는 기복(祈福)의 행위다. 기복신앙은 신의 계획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계획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계획을 신께서 들어주길 원한다. 무엇을 달라고는 하고 있지만, 도무지 신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려고 하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에만 관심이 있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이라 하는 곳이 있었다. 그곳의 직원복지는 그 업계에서는 소문이 자자했다. 같은 신앙을 가진 3명이 함께 기도를 했다. 첫 번째 A의 기도는 이러했다. “저 직장에 꼭 합격하고 싶습니다. 한 명밖에 붙을 수 없는데 제가 꼭 붙어야겠습니다. 불가능이 없으신 당신을 믿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B도 기도를 했다. “ 신이시여~저 아시죠? 저는 이번에 정말 저곳에 꼭 합격해야 합니다. 저의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믿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C도 기도를 했고, A와 B의 기도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나의 신이여~내 기도 들으소서. 저곳에 한 명밖에 붙을 수 없다고 합니다.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제가 합격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렇다면 자~이제 신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어야 할까? 신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믿고 기도했던 사람? 기도를 더 열심히 했던 사람? 아니면 더 절박했던 사람?

우리는 모른다. 누가 합격이 되어야하는지?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지. 그것은 신께서 할 일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도하고 얻지 못하면 늘 “기도가 부족해서”혹은 “믿음이 약해서”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따지면 종교지도자는 병도 들지 않고, 사고도 나지 않고, 자녀들에 대한 문제도 전혀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목사님들도, 스님들도, 신부님들도 병들고, 사고 나고 가난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계획은 신이 하신다. 우리는 신의 계획을 따를 뿐이다. 그 계획이 설령 내가 원하지 않는 계획일지라도 내가 어떻게 돌려 바꿀 수가 없다. 신의 계획을 기도로 바꾸려고 한다면 우리는 신에게 순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반역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전혀 그 직장에 합격할 실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합격하길 기도한다면 그것은 바로 부정으로 하는‘인사 청탁’이 된다. TV에 나오는 몇몇 정치인들 인사 청탁문제가 심각함은 알고 있으면서, 그 모습에 대해서 욕은 하면서도 신께는 인사 청탁을 하고 그 부탁을 들어주길 바라고 있는 꼴이 된다. 그리고 합격의 조건이나 기도의 응답 조건으로 헌금을 하고 예물을 바친다면 그것 또한 부정한 ‘뇌물’이 될 수도 있다.

신은 부정한 방법으로 능력 없는 사람을 세우는 법이 없다. 뇌물을 받고 떨어질 사람을 합격시키고 합격 될 사람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우리 마음대로 신을 이상하게 부정을 일삼는 그런 존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신은 사람을 쓰기 전 시련과 외로움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고 한다. 후에 좋은 걸 받았을 때 잘 관리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먼저 실패를 경험시킨다고 한다. 그래야 나중에 시련이 오더라도 잘 이겨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말 하는 기도’는 많은데 ‘듣는 기도’는 적은 세상이다. 생활 속에서 침묵하며 듣는 기도를 해야겠다. 그래서 신께서 우리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듣고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늘 부족한 자신을 깨우쳐 주어진 상황을 잘 이겨내고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순종의 자세를 가지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입보다는 귀를 더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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