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권 : 녹음 당하지 않을 권리
음성권 : 녹음 당하지 않을 권리
  • 승인 2019.08.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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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대화 당사자들 사이에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녹음하는 것에 대하여 민·형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다. 원칙적으로 직접 대화자 사이에서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지만 민법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A선생님과 B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다툼이 있었고, 다투는 내용 일부분을 A선생님이 몰래 녹음하였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B선생님이 A선생님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B선생님은 예전에도 대화를 하던 중 상대방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다소 거친 언사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해당 소송에서 재판부는 예전에도 B가 A를 상대로 소리를 지른 적이 있어 A입장에서는 피해의식이 남아 있었던 점, 대화 자체가 여러 사람 앞에서 이루어져 이미 다른 선생님들도 그들이 다툰 내용을 알고 있었던 점, 대화 전체를 녹음한 것이 아니고 문제되는 부분을 녹음한 점, 해당 녹음을 제3자에게 유포하지 않고 소송에서만 사용한 점 등을 이유로 대화자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 판결의 취지는 대화자 간의 허락받지 않는 녹음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만 몰래 녹음할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위법으로 볼 수 없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녹음-재생-녹취-방송-복제-배포되지 않을 권리’인 ‘음성권’을 가지고 ‘음성권’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둔 인격권에서 파생하는 기본권이다. ‘음성권’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므로 허락을 받지 않고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행위는 음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다만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 받을 경우에는 비밀녹음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음성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대략적으로 약 3백만원 내지 7백만원 정도의 손해배상금이 인정되는 것이 하급심 판결 추세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됨으로써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 또는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 목적도 기억을 위한 단순 참고용부터 시작하여 유리한 증거확보용까지 다양하고, 이렇게 녹음된 자료가 민·형사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러한 비밀녹음은 민사재판에서는 그 녹음 경위를 불문하고 증거능력을 100% 인정하고 있고, 형사재판에서도 수사기관의 불법녹음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100% 인정된다. 그 결과 녹음자는 미리 예정된 대화내용으로 유도하여 함정녹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화 당사자 사이의 허락받지 않은 비밀 녹음은 위법행위임은 분명하지만 현재 우리 형사법에서는 처벌조항이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대화자간의 비밀녹음도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아이폰은 생산단계에서부터 녹음기능이 배제되어 있고, 비밀녹음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사용되는 스마트폰은 녹음기능이 탑재되는 것이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에 의하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벌금형이 없는 중요한 범죄행위이다. 부부사이에 상대방의 외도행위 증거수집 목적으로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장치를 설치하여 차량 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바, 벌금형이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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