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살아가는 법(1) - 닭에게도 의리가 있다
만물이 살아가는 법(1) - 닭에게도 의리가 있다
  • 승인 2019.08.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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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닭들만큼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새도 없을 것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을 통틀어 가금(家禽)이라고 합니다. 가금 중에서 닭은 세계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또한 환영 받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닭이 사람에게 주는 바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옛 사람들은 닭의 행동에서 배울 바도 많이 찾았습니다.

한양대 정민 교수에 따르면 조선 시대 김정국(金正國, 1485~1541) 선생의 ‘사재척언’에는 의미심장한 의계(義鷄)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에게 물려간 어미 닭을 대신해서 새끼를 끝까지 길러준 암탉의 이야기입니다.

“형님(김안국, 金安國) 집에 가보니 닭 몇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한 어미닭이 열대여섯 마리의 병아리를 깠다. 병아리는 아직 솜털도 제대로 마르지 않았는데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그만 어미닭을 채어가고 말았다.

병아리들은 한창 도움을 받아야 할 시기인데 어미닭이 없어지자 흩어져 내달리며 슬피 울었다. 저녁때가 되자 우는 소리가 더욱 슬펐다. 땅에 엎어져 죽어가는 놈도 있었다.

이 때였다. 무리 중에 암탉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병아리에게 다가오더니 병아리들을 불러 모았다. 마치 측은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병아리들은 다투어 이 암탉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튿날 닭장에서 나올 때에는 모두 소생해 있었다. 마당에 낟알을 뿌려주자 모두 뛰어와 먹이를 쪼았다. 이로부터 암탉은 날마다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며 먹이를 찾기도 하고 감싸 안아 기르기를 그치지 아니 하였다. 그리하여 병아리들은 모두 자라났고 한 마리도 잃지 않게 되었다.

이를 본 형님은 이 닭을 가상히 여겨 의계(義鷄)라 이름 짓고, 늙어서 스스로 죽을 때까지 잡아먹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오랜 뒤 어느 날 밤에 족제비인지 고양이인지가 닭장을 뚫고 들어와 이 의계를 낚아채서 달아났다. 사람을 시켜 쫓아가 찾아서 묻어주려 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아마도 이 의계는 다른 닭을 보호하기 위해 침략자와 맞서다가 자신의 목숨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형님은 이를 보고 ‘공자께서 사람이 새만도 못하다는 탄식을 한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라고 썼다”

역시 한양대 정민 교수에 의하면 임상덕(林象德, 1683~1719)의 ‘잡설(雜說)’이라는 글에도 흥미로운 닭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집에서 예전부터 닭을 길렀다. 매년 여름과 가을 사이가 되면 병아리를 까서 무리를 이루곤 했다. 어떤 사람이 늙은 장닭을 보내왔는데 체구가 우람하고 특히 싸움을 아주 잘했다. 제 힘을 믿고 다른 닭의 먹이 빼앗기를 즐겨하여 여러 닭이 괴로워하였다.

어느 날이었다. 장닭이 밭에서 돌아오다가 여러 닭을 보더니 먼저 하던 대로 호령하려 했다. 그러자 여러 닭이 갑자기 줄지어 서더니 한 놈씩 차례로 뛰쳐나와 맞서 싸웠다. 장닭은 대수롭지 않게 그 정수리를 쪼아 물리쳤다. 그러자 그다음 끝에 있던 놈이 잇달아 나와 두세 번 싸우고는 역시 달아났다. 그리고는 또 그다음 끝에 있던 놈이 나왔다. 이렇게 하여 싸움이 길어지게 되자 장닭은 마침내 힘이 빠져 마당 북쪽을 돌며 달아났다. 여러 닭들이 이 승세를 놓치지 않고 추격하여 담 사이에 몰아넣고 마구 차서 죽여 버렸다.

아아! 전국시대에 여섯 나라가 천하의 7분의 6이나 되는 무리를 가지고도 진(秦)나라 사람의 깃발이나 북소리만 듣고도 벌벌 떨며 스스로 기어가서 항복을 청하였다.

이 닭들의 지혜만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제 힘만 믿고 함부로 날뛴 항우와 여포 같은 자가 바로 장닭과 같은 존재였다”

닭들의 자연스러운 협동을 보고 배울 점을 찾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둘레의 사물에서 얼마나 많은 배울 점을 찾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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