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 평범한 그들이 정체불명 가스에 벗어나려면?… 색다른 재난 탈출기
영화 '엑시트', 평범한 그들이 정체불명 가스에 벗어나려면?… 색다른 재난 탈출기
  • 배수경
  • 승인 2019.08.0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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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걸레 자루·분필·쓰레기봉투…
참신한 재난 극복 아이디어 ‘감탄’
기존 재난영화와 다른 신선한 풀이
스릴감·코미디·가족애 3박자 갖춰
현실적인 사회적 이슈 곳곳에 잠재
인기 유튜버 깜짝 등장도 웃음 유발
엑시트-조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 쓰나미, 지진 또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 등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를 한두편은 만나게 된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정체불명의 가스가 도시를 뒤덮는다는 설정이다. 재난영화라는 겉옷을 입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뻔하지 않고 신선하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조카에게조차 한심한 취급을 받는 용남(조정석)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산악동아리 출신이다. 어느날, 그의 가족들은 어머니의 고희연을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신도시의 연회장을 찾는다.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이 지나고 갑자기 그들에게 예기치 않은 위기가 닥친다. 이때부터 용남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족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건물 외벽을 오른다. 그의 활약에 산악 동아리 후배이자 연회장 부점장인 의주(임윤아)가 가세한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 구조 기회를 포기한다. 이후 벌어지는 그들의 사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심각하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대걸레 자루, 분필, 쓰레기봉투, 포장테이프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들을 이용한 그들의 재난 극복 아이디어는 감탄을 자아내게 할만큼 흥미롭다.
 

엑시트-1
 

영화관을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재난과 코미디가 잘 어우러질까 싶었지만 영화 ‘엑시트’는 여기에 가족애까지 더해 스릴과 재미, 그리고 감동까지 잘 버무려놓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독가스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은 두 청춘 남녀 앞에 놓인 현실과도 겹쳐져 안타깝다. 그렇지만 그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달려간다.

영화 초반 용남의 선배는 재난문자를 받으며 이런 말을 던진다. “지진, 쓰나미만 재난이 아니야. 지금의 우리 삶이 재난이야.”

첫 장편 데뷔작에서 이상근 감독은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청년백수 문제, 직장내 성희롱, 그리고 옥상문을 잠궈놓는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도 슬쩍 문제를 제기한다. 드론을 이용한 촬영경쟁과 재난현장의 sns생중계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다. 이 과정에서 대도서관, 윰댕, 슈기 등 유튜버들의 깜짝 등장도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웃음을 주는데는 성공한 듯하다.

영화는 재난이 발생한 이유나 해결방법은 크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순식간에 퍼진 가스로 인한 희생자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용남과 의주가 살기 위해 위를 향해 달리는 것에 집중할 뿐.

재난의 해결도 국가의 시스템이나 어디선가 나타난 영웅이 하는 것이 아니라 뜻하지 않게 내린 비로 인한 것이라는 결말 역시 조금 김이 빠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엑시트’가 가진 미덕은 이것저것 다 담으려 욕심내지 않고 힘을 뺀 것이다. 울컥울컥 눈물이 나려는 순간에도 방심하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온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속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엑시트-윤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연기에는 조정석 이외의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울 듯 보인다. 영화 초반에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중후반으로 가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임윤아는 이번 영화의 뜻밖의 수확이라도 해도 될 듯하다. 체력과 위기대처 능력 또한 용남과 비교해서 전혀 뒤처지지 않고 때로는 리드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흔히 말하는 민폐 여주인공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리고 나서는 속으로는 후회하는 인간적인 그녀의 모습은 걸그룹 출신의 배우라는 꼬리표는 떼어버려도 될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등 조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영화를 보면서까지 심각해지고 싶지 않다는 관객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듯 하다.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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