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화, 그림 읽기(1)
경험화, 그림 읽기(1)
  • 이명주
  • 승인 2019.08.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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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의 어린이 그림교육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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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그림 ‘바구니 터뜨리기’(6세).

 

이명주(서양화가, 전 대구초등미협회장·대구달성초등교장회 회장)
이명주(서양화가, 전 대구초등미협회장·대구달성초등교장회 회장)
오늘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그린 경험화를 함께 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내어 보도록 해요.

이 그림은 만6세 남자어린이가 운동회를 주제로 그린 경험화입니다. 어떤 장면일까요?

자세히 보니 긴 장대가 있고 무엇인가 입을 벌리고 있네요. 바구니 터뜨리기 경기장면을 그렸는데 빨강, 파랑, 노랑 세 개의 바구니가 장대 끝에 달려있고 3반 것이 입을 벌리고 있어요. 그럼 3반이 이긴 것일까요? 아닙니다. 실제로는 열심히 콩주머니를 줍고있는 학생도 많고 바구니를 쉽게 터뜨릴 수 있는 덩치 큰 학생이 있는 청반이 이겼는데 이 그림에 나타나 있듯이 키가 매우 크고 바구니에 닿일 정도로 팔까지 긴 학생이 있어서 이긴 것입니다.

그럼 홍반은 어떤가요? 홍반은 키큰 학생이 있긴해도 팔이 짧은지 모두가 별 생각없이 공을 던지고 있어서 터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네요. 이 그림을 그린 어린이는 이 순간 어디에 가 있을까요? 그림 속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3반이라고 씌어진 황반이 이 어린이의 반입니다. 그림 속에서는 황반이 이기도록 그려도 되는 것입니다.

3반의 어떤 어린이는 덩치도 작지만 온힘을 다해서 팔을 뻗쳐 콩주머니를 던지고 있지만 그래도 바구니가 터지지 않자 이 그림을 그린 어린이가 도끼를 들고 팔다리를 덩굴손처럼 감고 올라가서 바구니를 도끼로 찍어서 터뜨렸답니다. 말주머니안에 펑!하는 소리까지 적혀있어요. 실제로 이렇게 하면 반칙이지만 그림 속이라서 이렇게 해서라도 이기고 싶은 이 어린이의 안타까운 염원이 솔직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전도식기 어린이답게 기저선을 긋고 그 위에 응원석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탠드를 그렸어요. 스탠드는 단면이 보이진 않지만 종이의 작은 여백을 이용하려 하다 보니 알아보기 쉽게 단순화해서 단면을 그리고 사람을 한 명씩 올려놓은 상징적인 스탠드 모양을 그렸어요. 운동회 날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만국기지요.

그럼 이 날 날씨는 어땠을까요? 하늘에 구름도 있고 빗방울도 떨어지는데 햇님도 있네요. 네 그래요. 해가 비치는데 갑자기 구름이 끼고 비도 내렸답니다.

하늘의 색은 왜 푸른색이 아니고 벌건 색일까요? 운동회의 흥분되고 즐거운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낸 색이 바로 이 색이 아닌가 해요. 이 그림은 검정색 싸인펜으로 밑그림을 그렸고 크레파스로 사람과 사물을 칠했어요. 그리고 바탕색은 수채물감으로 칠했는데 옷 색깔 등에 빨강이 있어서 미리 바탕색을 선택한 후 칠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바탕색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도식기 어린이다운 즉흥적인 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이 그림은 공모전에 출품해서 큰 상을 받기도 했는데 운동회의 흥분된 기분과 자신만의 생각을 잘 나타내고 회화발달단계와 일치하는 좋은 그림이랍니다.

(출전: 이명주 지음 “너, 그림 잘 그리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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