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문101 조각가 정석영展
갤러리 문101 조각가 정석영展
  • 황인옥
  • 승인 2019.08.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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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품 하나하나 제작·조립
전통과 현대의 균형미 추구
정석영작-연장-연작
정석영 작 ‘연장’ 연작.

조인트, 프레스, 멍키 스패너…. 공구점으로 가야할 연장들이 갤러리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쓰임이라는 기능이 상실된 감상용인 때문이다. 조각가 정석영의 작품 ‘연장(tool)’ 연작들인데, 방천시장 내에 위치한 갤러리 문101에서 최근 전시를 시작했다. “비록 쓰임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외형은 실재 공구를 본떴어요.”

인체를 조각할 때 몸통, 팔, 다리, 머리를 분해해 조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개체로 조각된다. 작가 정석영은 부품형태로 제작해 최종 조립하는 방식을 취한다. 작업의 핵심이 ‘분해’와 ‘결합’인 것. 작가는 특정 공구를 본체와 볼트, 너트 등으로 부속화한 다음 조립해 완전체를 완성한다. 최종 결과물은 여느 조각과 동일하지만 제작과정은 확연하게 차별화돼 있다.

작가가 “제 조각은 장간감 레고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고 했다. “레고처럼 부품 하나 하나를 짜 맞추는 방식으로 조각을 완성해요.” ‘분해’와 ‘결합’이라는 작업 방식은 어린시절의 기억과 관계된다. “어린시절 쌓거나 조합해 완성되는 레고나 로봇 등의 장난감을 좋아했던 성향이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작업 초기에는 실재 공구의 형태대로 조각했다. 하지만 이내 구상과 추상을 병행했다. 이를테면 소재의 확장이었다. 여기에는 실재하는 공구의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이유가 한몫했다. 작가가 “공구의 종류가 정해져 있으니 실재하는 공구를 조각하면 소재의 한계에 부딪히게 돼 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상상이 가미된 추상을 가미했죠. 그럴 경우 소재는 무궁무진하게 되니까요.”

소재의 다변화를 통한 작품의 확장성 모색은 현재진행 중이다. 작가는 “형태뿐만 아니라 규모를 통해서도 또 한 번의 확장을 시도하고 싶다”고 했다. “부속품들이 붙고, 붙고, 붙어 커지면서 완전한 형태가 될 때 감동이 배가 되죠. 규모가 주는 감동이 있어요.”

정석영 개인전
정석영 개인전이 갤러리 문101에서 15일까지 열린다. 작가가 전시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에게 공학과 예술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공학분야인 공구들을 공학적인 방식으로 제작하면서 예술적 감동도 함께 추구한다. 그래픽이나 캐드 등의 공학적 툴로 작품의 설계도를 만들고 조각에 돌입하는 과정에 공학과 예술이 조우한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설계를 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공학적인 방식을 사용하죠. 부품 하나 하나를 조각할 때 설계도는 항상 곁에 두죠.”

공학과 예술의 만남 말고도 정석영 조각의 빼대를 이루는 가치는 또 있다. 전통과 현대의 균형이다. 작가는 대리석이나 화강암이라는 전통 재료와 지난한 노동이라는 전통 조각방식을 채택한다. 그가 전통요소들을 통해 찾으려는 가치는 ‘진성성’이다. “노동은 투자한 만큼의 결과물을 안겨주죠. 노동은 게으름이나 술수 같은 부정적인 가치들이 개입될 여지를 주지 않죠. 그 진정성이 감동으로 이끄는 큰 자원으로 다가왔어요.”

전통과 현대가 맞물릴 경우 대중과의 소통력은 높아진다. 전통만 고수하면 외면 받거나 꼰대소리 듣기 십상이지만 시대의 정서와 지성이 가미된 현대적 어법들은 동시대인들과의 소통력을 높인다. 그렇다면 작가가 구사하는 현대어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가 “해체와 추상”을 언급했다. 대상을 해체하고 완전체로 결합하는 제작과정과 추상을 가미한 현대적인 형태미 등이 해당된다. “물성과 형상, 노동이 더해지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통합적인 조각은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작품에서 개념이나 주장은 배제된다. 작품에서 관념을 찾으면 판판이 실패한다. 조각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오직 형상뿐이기 때문. 관념을 배제하고 형상에만 집중할 경우 감동요소가 빈약할 수 있다. 작가가 불현 듯 “비현실적인 정교함”을 언급했다.

정교함이야말로 개념을 뛰어넘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는 요지였다. “해체와 조합이라는 정교한 맞물림에 스며있는 정교함이 감동요소인 것 같아요. 현실적인 사물에 비현실적인 정교함은 그 자체로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다가오니까요.”

갤러리 문101에서 지난해 추진한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2018’에 선정된 작가들을 릴레이 형식으로 초대하는 이번 전시는 15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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