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환경을 생각하다
공연장에서 환경을 생각하다
  • 승인 2019.08.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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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공연이 끝난 야외음악당 주변에는 시동을 거는 자동차의 소음과 배기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그곳이 공연장이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미처 끝나지 않은 장마가 중부지방에 머물러 있을 때, 대구에서는 포크페스티벌(folk festival)이 한창이었다. 코오롱야외음악당, 김광석길, 수성못 등 다섯 군데서 사흘 동안 인기가수들을 초청해 지치기 쉬운 한여름 밤을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게 했으니, 의미 있는 행사였던 것 같다.

공연장 주변으로 모여든 청중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가족 소풍을 준비한 듯 돗자리와 접이식 탁자에 먹을 것까지 챙겨온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계모임을 하다가 의기투합하여 몰려온 중년여성들, 애완견을 동반한 부부와 청춘남녀, 운동 삼아 공원을 걷다가 잔디밭을 차지한 사람도 있고, 음악이 좋아 먼 길 마다않고 달려온 팬들도 많았다.

행사의 주 무대였던 야외음악당에서는 저녁부터 밤까지 3시간이 넘도록 가수들의 열창에 맞춰 함성을 지르고,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며 양팔을 높이 흔들거나, 앙코르를 외치며 손뼉을 칠 수도 있었으니, 이보다 자유로울 수가 있었을까. 실내공연보다 야외공연이 좋은 이유는 움직임이 자유롭고, 공연을 즐기며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우거진 숲으로부터 푸근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리라.

아무래도 좋다. 손뼉을 치는 것은 몸에 있는 혈과 맥을 자극하여 신체기능을 활성화시키며, 노래를 듣는 것은 쾌감을 담당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을 생성하여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가 있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혈압조절과 기억력 향상, 집중력 및 심리적 통증 감소 등에도 효과가 있어 건강 유지를 위해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인가.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주차장과 도로는 물론 음악당 주변을 빈틈없이 에워싼 자가용 행렬이라고 해야겠다. 행사장은 사통팔달 교통사정이 매우 좋은 편이다. 조금만 걸으면 지하철이 있고, 다방면의 노선버스도 있다. 하지만 짧은 거리에도 자가용을 이용해야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몸에 밴 습관 때문일 것이다.

수준 높은 공연이나 세계적인 작품 전시를 주차장이 없는 곳에서 진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혹자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손사래를 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만약 공원이나 행사장 주변에 주차장 없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다면 자가용 이용에 대한 의식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관심이 있다면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찾아갈 것이며, 그렇게라도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꿈같은 그림을 그려본다.

대구 중구에 있는 ‘김광석 거리’에는 조금 떨어진 공영(유료)주차장을 제외하면 변변하게 주차할 만한 곳이 없다. 그렇지만 주차장이 없어 그곳을 찾지 못한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나 맛으로 소문난 음식점 등에서도 간혹 주차장이 없는 경우를 본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불평도 있지만, 주변이 조용하고 깨끗하여 절로 발길이 움직인다. 포장도로 위를 일렁이는 아지랑이를 보셨는가. 그리고 길을 걷다가 냉방기 실외기 앞을 지날 때 느끼는 놀랄 만큼 후끈한 열기를 경험해 보셨는가.

폭염과 열대야 등 기후변화는 우연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바람의 소통을 막는 빌딩숲과 자동차, 냉난방 등 에너지 소비에 대한 무절제 등으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적응해야 된다는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열차나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지나친 냉방으로 한기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얇은 겉옷 하나쯤 비상용으로 준비해야 되는 이유다. 실내외의 온도차가 너무 크면 적응하기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두통과 몸살 등 냉방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남아도는 에너지를 다르게 활용하는 길은 없을지….

장마가 끝나자마자 찾아온 폭염과 열대야의 기세가 무서울 정도다.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물을 충분히 자주 마시며,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할 때다. 더불어 습관을 바꾸어 눈앞의 편리함보다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생각하는 지혜와 슬기로움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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