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부는 바람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
천년의 숨결이 잠들어 있는 길은
바스락대는 낙엽 소리 밟으며
사색하며 걷기에 알맞으니
가장 먼저 풍경소리 독경소리 나그네를 맞이한다
높고 청명한 하늘 품은 계절
천년의 미소로움 간직한 마애삼존불
종착역을 향해 누워 잠들려는 서해바다
석양이 만들어 가는 붉은 노을 굽어보며
니르반야<깨달음> 길을 가리켜 주신 듯하다
※1995년 흙속에 묻혀 있던 대좌가 드러나면서 삼존불상의 웅장한 규모가 빛을 보게 된 충남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은 백제시대의 불교 유입루트를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작품으로 국보307호임.
◇허남준= 경북영천生. 동국대불교학과졸업, 해동문학 신인상, 해동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불교문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대외협력위원장,한국문인협회 정책개발위원 및 시분과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 ‘샛별 품은 샛강소리’외 7권이 있다.
<해설> 마애삼존불에 세상을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토록 오랫동안 땅 속에 숨어계시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마도 사바대중에게 깨달음이란 ‘인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 노을 아래 삼존불의 미소가 염화시중을 닮은 듯 보인다. 정작 내가 깨달은 것은 아우것도 없다.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인지도 모른다. -김부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