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한일 민간 교류 -“한국산 넙치, 보기 힘듭니다”
의사들의 한일 민간 교류 -“한국산 넙치, 보기 힘듭니다”
  • 승인 2019.08.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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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대경영상의학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한일 관계가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 잠시 훈풍이 부는가 했지만,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기점으로 일본경제의 침체, 자민당 아베 정권의 내셔널리즘의 강화, 위안부 재협상 현안, 화해치유재단 해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으로 양국관계는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의 대한국 수출 규제에 반일 감정이 폭발하면서 한일 관계는 급전직하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떨어질 수 없는 이웃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친하게 지내야할 이웃끼리의 반목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기에 하루라도 빨리 갈등을 청산하고 우호관계를 복원해야 하지만 현재로는 해결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 간의 정치 외교적 해법이 요원한 지금은 민간 차원의 경제 문화적 교류만이 양국을 잇는 연결고리로 남게 되어 민간 교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기 직전인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대구광역시 의사회의 해외교류사업단은 히로시마 의사회의 초청으로 히로시마시를 방문했다. 대구광역시 의사회와 히로시마시 의사회간 교류는 2007부터 매년 상호 방문 형식으로 진행되어 양국 민간 교류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히로시마시청, 시의회와 히로시마 대학병원을 방문한 후, 양국의 공통 관심사인 치매 국가 관리사업 현황 및 응급의료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의학 정보 교류와 의료 발전에도 노력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양국의 의사들은 언어의 장벽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극복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마츠무라 마코토(松村誠) 히로시마의사회 회장은 한국산 넙치를 보기 힘들다며(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규제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정부가 시행한 한국산 넙치의 검역 강화 조치를 이야기함) 너스레를 떨어 한일관계 악화라는 껄끄러운 이야기를 웃음으로 풀어내는 재담가이면서, 북한의 핵위협에는 진정으로 걱정하는 지한파였다. 히로시마의사회의 의사들은 향토 음식인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에 대해 자랑하였고 히로시마 카프 야구단에 대한 자부심 또한 놀랄만큼 대단하였다. 우리는 분단된 국가에서 태어나 전쟁의 위협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일상을 이야기 하였고, 그들은 핵폭탄에 피폭된 후 끔찍했던 피해와 히로시마 시민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을 설명하여 핵무기에 대한 공동 대처의 필요성을 공감하였다. 핵폭탄 피폭 직후 히로시마시의 거의 모든 의료 인력들이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방사선에 과량 노출되어 희생된 것을 기리는 의료인 위령탑 앞에서는 양국 의사들 모두 의사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며 숙연하게 묵념하였다. 3일간 열린 작은 한일 화해의 장은 서로에게 참으로 유익하였다. 일본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이 바다를 건너도 별로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또 다른 민간교류의 예가 있다. 한일 갈등이 첨예화 되던 지난 7월 8일 일본 긴키(近畿)지방의 학교법인 지벤학원(智辯學園) 산하 와카야마고교와 나라고교 수학여행단 50여명이 한국을 찾았다. 지벤학원의 설립자인 고 후지타 테루키요(藤田照?) 초대 이사장이 ‘일본의 한국 식민지 통치 35년을 속죄하는 마음’과 ‘일본문화의 원류는 신라와 백제’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수학여행단을 꾸려 한국에 보내기 시작한 후 45년째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오고 있다. 한일 관계가 어떻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 교육은 이어져야 한다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매년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그들의 활동은 민간 교류의 좋은 표본이 아닐까 싶다.

한일 양국 간에는 적대와 갈등의 시간보다 친밀했던 역사가 분명 더 길었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너무 멀어져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시 좋은 관계를 회복해야할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한다며 단교까지 언급하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떼어 내어 멀리 이사 갈 수 있다면 모르되, 이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공론에 불과하다.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를 막고 서로의 발전을 도모해야만 한다. 더 자주 만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활발하게 교류하여 꼬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한반도를 뒤덮은 분노의 목소리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도를 넘은 아베의 극우 정치권에 대한 정당한 응징이다. 끓어오르는 분노 속에서도 냉정한 이성으로 아베의 극우 정치권과 일본 시민들을 명확히 구분하여 행동하여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한일 관계를 이간질 하는 아베의 극우 정치권과, 일반 일본 시민들을 혼돈하여 일본인 모두를 적으로 내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No Japan’이 아니라 ‘No 아베’임을 선명하게 천명하고,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여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도모하고 한일 공동 번영의 백년대계를 설계해야 한다.

크게는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가 회복되어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를, 작게는 내년 4월 히로시마의사회의 답방이 예정대로 이루어져 그들과 함께 다시 양국의 의료를 토론하고 야구 이야기를 나누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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