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아라비아 해안을 거울처럼 비추며 건너고요,
수면아래 검은 물결 속 지느러미들은
수레를 밀고 바퀴를 굴리고 있지요
해변의 나무들은 낮에 사랑을 나누고
그윽한 수심을 닮은 눈동자와
잘 익은 열매는 향기를 담았지요
섬뜩한 외로움이 날개를 펼치는 동안
바람은 밤의 허리를 껴안고
무중력처럼 고요한 부두는
뭇별들과 달이 밤하늘에 떠 있지요
지상에서 뿌리를 내린 가로등은
길들을 빛처럼 거두고요
갈대 숲 늪에 빠진 포식자는
뜨거운 욕망에 이마를 맞대고 입맞춤을 끝냈지요
아이들 꿈은 민달팽이
돌 틈에서 멈추어 있는 자정으로 천천히 가지요
빛이 그림자를 데리고
산 너머에 오고
밤 열시는
우울해진 초상을 실팍해진 가슴에
한 번 더 그려보는 수면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저녁을 지나 깊은 자정으로 가기 전,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고요 속으로 빠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껍데기 없는 민달팽이들은 갈 곳이 없어 우울하다.
열심히 걷고 뛰어도 제자리, 포식자들의 욕망은 갈대숲에 가리고, 살아가는 삶이 팍팍해지는 우울함이 밤 10시에 접어들어 그 정점에 이르렀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내밀한 시간, 밤10시. -김인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