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문제 없다” vs “인간 존엄성 훼손”
리얼돌 “문제 없다” vs “인간 존엄성 훼손”
  • 석지윤
  • 승인 2019.08.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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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판매 앞두고 성인용품 업계·여성단체 논쟁
“욕구 해소 가능한 환경 마련을
구매자들에 대한 이해 필요해”
“여성 몸 형상화한 도구로 유희
제작·유통 자체 인간 존중 결여”
리얼돌전단지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람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진 ‘리얼돌’의 수입,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돼 26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은 대구의 한 성인용품점의 리얼돌 광고 전단지.
석지윤기자

“어떤 사람들이 왜 리얼돌을 구매하는 지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무작정 유통을 금지해선 안 된다”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대구지역에서도 리얼돌의 유통·판매에 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성인용품 판매업자들과 여성단체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보였다.

대구지역 성인용품 관계자들은 리얼돌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리얼돌의 유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걱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대구 달서구의 한 성인용품점 사장 A씨는 “많은 사람들이 유명 연예인이나 특정인의 얼굴을 본딴 인형이 나올지도 모르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정인의 얼굴을 한 인형을 만들기 위해선 3D 스캔 작업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 제작비용만 수천만 원이 든다. 대부분의 인형은 실제 사람의 얼굴과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문제삼을 부분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구 동구에서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는 B씨는 리얼돌 구매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홀몸노인, 원양어선 선원 등 성적 욕구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주 손님이다. 누구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 방안 없이 무작정 유통을 금지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구지역 여성단체들은 리얼돌의 유통이 성별을 막론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으로 여겼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성의 몸을 형상화한 도구로 유희를 즐긴 사람이 여성을 온전한 인격이 담긴 한 명의 인간으로 볼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일부는 시판되고 있는 여성용 성인용품들 처럼 단순히 남성용 용품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남성용 인형에 비해 여성용은 없거나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용 인형도 마찬가지다.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사람의 모습을 본뜬 인형을 만들고 유통하는 것 자체가 인간 존중 사상의 결여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6월 리얼돌 수입 여부에 대해 세관을 상대로 한 국내 성인용품 수입업체의 소송에서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정도가 아니며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는 이유로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한 네티즌은 지난달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제기했다. 지난 7일 마감된 청원에는 26만3천792명이 동의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게 됐다.

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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