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 핀 꽃
폐가에 핀 꽃
  • 승인 2019.08.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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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숙

길가에 핀 꽃 보다

들판에 핀 꽃이

산속에 핀 꽃보다

폐가에 핀 꽃이 더 이쁘다

주인 잃은 화(華)

기적의 마법 노래 들으며

허술한 보호구역 둘레

이끼로 담을 쌓아

구멍난 낙엽은 양말 삼아

목마른 기침

산속에 울려 퍼지면

속으로 담았던 꽃술

화려하고 은은한 향기

집가에 울려퍼진다

철 전에 핀 꽃 미성년자

철 지난 꽃 애처롭다

◇정을숙은 1966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여상 졸업 후 진해에 거주하며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문학 기획위원, 낙동강문학 편집인을 지냈으며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내 마음이 고장 났다(시민문학사刊) 등이 있다.

<해설> 요즘에 시골에 가 보면 빈집이 많다. 시골살이가 버거워 도시로 간 이들은 전답은 다 팔아도 자기들이 살던 집은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집마저 없다면 고향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빈집들은 해가 갈수록 폐가가 되어간다.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지붕은 삭아서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어디서 날아 든 꽃씨 하나가 기어코 흉흉한 배경을 삼아 꽃을 피워 낸다. 주인이 버린 이 폐가에 꽃은 주인이 된다. -김연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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