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를 잘 그리려면?
풍경화를 잘 그리려면?
  • 채영택
  • 승인 2019.08.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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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의 어린이 그림교육 칼럼
이명주(서양화가, 전 대구초등미협회장·대구달성초등교장회 회장)
이명주(서양화가, 전 대구초등미협회장·대구달성초등교장회 회장)
봄꽃이 만발한 강변에서 이젤을 세워놓고 그림 그리는 수채화가의 모습, 정말 부럽지 않나요? 미미장은 봄이 되면 수채화구를 들고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립니다. 때로는 강변에서, 때로는 계곡에서, 때로는 바닷가에서 그립니다.

풍경화는 사진으로 찍어서 옮겨 그릴 때와 실제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릴 때와는 느낌이 엄청나게 다릅니다. 사진은 어두운 부분이 잘 보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물체가 생각보다 매우 크게 나오며 재구성이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풍경을 보고 그릴 때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잘 관찰할 수 있고 재구성이 쉬워서 다 그려놓았을 때도 작품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화가들은 풍경을 그릴 때는 야외스케치를 많이 합니다.

언젠가 야외에서 이젤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렸을 때 부모님 손을 잡고 지나가던 어린이가 멈춰 서서 구경하다가 “아빠, 나도 나중에 커서 화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미미장은 매우 기뻤습니다. 화가가 되고싶다는 어린이는 요즘 잘 없습니다. 왜냐구요? 그림은 자신과는 거리가 멀고 취업과는 관련 없다고 느끼는 어린이가 대부분이니까요. 어린이 여러분, 자라서 화가가 되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앞에서 소개했듯이 로웬펠드가 말하는 어린이 묘화 발달단계에 의하면 9세~11세, 즉 또래집단기가 되면 보이는 그대로 옮겨서 그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깁니다. 주변 풍경을 보면 보이는 대로 나타내고 싶어 하지요. 풍경화는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매우 좋은 소재입니다.

산과 들, 바다 등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면 실제로 보이는 것을 그리고 싶어 하고, 풍경 속에 있는 사람까지도 표현하고 싶어집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의 관찰화 지도는 크로키나 스케치 등 기초기능 지도가 충분한 상태에서의 바람직한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선생님들이 지도방법을 잘 몰라서 학생이 하는 대로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관찰에 의한 표현이 아니라 일부 사설 미술학원에서 익힌, 나무는 이런 식, 꽃은 이런 식 등 관념적인,말하자면 자신의 생각이 담기지 않은 보고그리기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은 어린이그림 발달단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부 사설 미술학원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에게 학년성에 상관없이 대학입시 수준의 그리기기법을 지도하거나 강요하는 경우입니다. 한동안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그림지도에 있어서 대학입시를 위한 석고 데생이나 정물화가 매우 중요시되었고, 그 밖에 각종 대회입상을 겨냥한 풍경화 지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긴 점을 계속해서 비슷한 방법으로 찍는 붓질, 1차색, 2차색, 3차색을 차례대로 겹쳐 그리기, 혼색기법에 의한 중간색 쓰기, 정확한 연필 데생 후 명암 및 원근감 살려 그리기, 색감 절제, 구도 잡는 방법 등 여러 가지 기법을 가르쳤습니다.

초등학생이 만약 이러한 기능을 강요하는 선생님으로부터 관찰화를 익힌다면 이 어린이는 그림을 그린다는 일이 본 대로 느낀 대로 그리는 즐거운 작업이 아니라 건축 설계도를 작성하는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 되어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중학년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강요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이런 경향의 그림을 그렸다면 아동 회화 발달 단계상 과도기에 해당되는 만큼 다소 어른스러운 기법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림 속에 나름대로의 순수성과 창의성이 있다면 “좋은 그림”을 그렸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십년 이상 수채화를 그려온 수채화가들도 위에서 말한 입시풍의 투명수채화기법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장 어린이다운 그림이 성인화와 맞먹는 가장 뛰어난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분방한 붓질, 발랄한 색감, 절제되지 않는 표현, 그 어떤 습성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을 통한 자기표현, 그 속에 어우러진 조형원리와 조형요소, 이 모든 것은 예술의 기본이며 어린이 그림의 기본입니다.


(출전:이명주 저 ‘너, 그림 잘 그리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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