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공교육에 힘을 쏟자
방학, 공교육에 힘을 쏟자
  • 승인 2019.08.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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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오래전부터 집값을 좌우하는 것이 학군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교육열과 더불어 학군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왔다. 강남8학군은 대한민국 학부형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1970년대 시작된 강남개발은 경기고가 1976년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강남개발정책이 시작되었고 이때 이 지역으로 이전한 학교들은 서울 지역 중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보다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는 부모들의 의지로 강남으로 대거 이주하게 되었다. 이 지역 주민의 계층적 분포를 살펴보면 일부 상층과 전문직, 고위공무원, 대기업간부의 고학력자로서 1970년대 정부 주도 하의 경제개발 정책 속에서 급성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교육의 계층상승 및 계층유지 기능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지역의 전국 역대 최다 서울대 입학생 배출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학부형 모두에게 강남8학군 입성이 곧 명문대 입학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고 그때부터 대치동 일대는 교육특구를 넘어 사교육1번지가 되었다. 대구의 수성구, 부산의 동래구, 광주의 남구 등 지방의 유명한 학군도 다르지 않다. 그 지역의 촘촘한 학원가는 사교육을 더욱 맹신하는 학부모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왔고 아이들은 미취학일 때부터 여러 개의 학원을 ‘뺑뺑이’ 하는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사교육의 양상은 선행학습과 직결된다. 누구는 초등학생 때 수학정석을 푼다더라, 6세인데 영어로 해리포터 전권을 읽었다더라 등 사교육은 선행이 미덕이라 여길 만큼 더 빨리, 더 높이를 추구한다. 그렇지만 막상 국어 시험에 ‘품사의 정의를 쓰시오.’라는 문제에 ‘정의’의 뜻을 몰라서 물어보고 문제에 ‘~을 관철하였다.’ 이런 단어를 보고 관찰의 오타라고 당당히 부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선행이 최고라 아는 학부모들은 이런 무지를 사소한 것이라 여기고 꿋꿋하게 선행을 밀고 결국 단지 ‘진도만 앞선’ 비정상적인 선행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교육제도가 많이 바뀌었다. 고교에서는 수행평가 100%인 과목도 많아지고 국영수 주요과목도 서술형 100%인 학교도 있다. 수행평가를 국어과목을 예로 들어보자면 매체자료를 이용하여 시간 내에 발표하기, 남(동료)의 발표 평가하기, 소설 텍스트만 읽고 요소 잘 표현하는 삽화그리기, 독서 포트폴리오평가 등 정말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이 많다. 꼼꼼하게 학교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바른 태도로 학교 생활에 임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기고사를 1등 하더라도 수행평가에서 순위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대학 수시입학의 당락을 좌우하는 종합생활기록부의 스토리도 결국 수행평가에서 나온다. 밤 11시까지 학원을 돌다가 집에 와서 스마트폰으로 새벽 2시까지 유투브를 보고 학교에서는 내내 잠만 자는 경우에 입시에서 득과 실 중 무엇이 많을까.

내신고사들은 교과서 위주라 난이도가 낮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사교육의 ‘어렵게 하는 공부가 좋은 공부’라는 허상에 젖어 최고 난도의 문제만 풀다 보니 정작 교과서 문제들은 못 풀고 틀리는 경우도 많다. 영어도 교과서만 외우면 된다고 학교 선생님들이 몇 번을 알려주어도 토플공부하다가 내신 고사를 엉망으로 치는 경우도 많다. 학생이 영어유치원 출신이거나 리터니(조기유학 후 돌아오는 케이스)인 경우도 발음은 유창하지만 막상 내신영어 상위권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일선 교사들이 말한다. 선행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전부 정시로 대학을 가느냐, 그것도 아니다. 매년 발표되는 명문고의 입시성과가 재수생을 넘어 n수생까지 포함한 숫자인 것을 고려한다면 재학생들은 더욱 수시를 공략해야 하고 결국 공교육, 실제 학교수업에 매달려야 한다.

자녀의 명문대학 합격은 학원 정보를 많이 꿰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수행일정, 숙제나 내신 준비를 점검해주는 엄마의 세심함에 더해 선행이 아닌 어릴 때부터 공부습관을 잡아주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대치동의 1분에 만원하는 컨설팅정보가 아니라 가고자 하는 상급학교(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입시요강을 꼼꼼히 보고 진짜 입시정보를 챙기는 것이 진정한 정보다.

물론 학교 분위기가 공부하는 학생을 괴롭히고 모자란 아이 취급하고 학폭과 범죄에 가까운 비행이 밥 먹듯 일어나는 학교는 피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면학분위기가 조성된 지역이라면 무거운 엉덩이가 좋은 대학으로 이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방학을 맞이하여 온갖 사교육으로 학기 중 보다 더욱 빡빡하게 자녀들을 관리하고 있을 학부모들이 꼭 읽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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