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살아가는 법(2) - 닭에게도 의리가 있다
만물이 살아가는 법(2) - 닭에게도 의리가 있다
  • 승인 2019.08.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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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옛날에는 닭 이야기가 많은 듯합니다. 그만큼 닭이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한양대 정민 교수에 따르면 김약련(金若鍊, 1730~1802)의 <열계전(烈鷄傳)>에도 닭의 집단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의 문집인 『두암집(斗庵集)』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문소(聞韶) 사람이 닭을 길렀다. 암탉 세 마리가 수탉 한 마리를 따랐다. 그런데 이웃 닭이 그 수컷과 싸워 이를 죽였다. 암탉 두 마리는 이웃 수탉을 따랐으나, 암탉 한 마리만은 이웃 수탉을 보면 반드시 피했다. 이에 앞서 암탉은 이미 알 열 개를 낳았는데, 수탉이 죽은 뒤 다시 알 두 개를 낳았다. 이를 품어 기한이 되자 알 열두 개를 모두 병아리로 깠다. 암탉은 그 새끼를 부지런히 먹였다. 꼭 부엌과 변소에서 먹을 것을 구했다. 변소에서는 파리 같은 벌레가 나오고, 부엌에서는 남은 낟알이 있기 때문이었다. 두 달이 못 돼서 병아리는 자라 혼자서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암탉은 그래도 새끼 곁을 떠나지 않았고, 다시 알을 낳지도 않았다.

주인이 시장에다 새끼 한 마리를 팔아다가 소금을 사서 장을 담갔다. 소금이 적어 장맛이 싱거웠으므로 주인은 다시 새끼 두 마리를 팔아 소금을 더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장독이 갑자기 저절로 깨져버렸다. 암탉은 새끼들을 이끌고 가서 이를 먹었다. 5월이 되자 새끼들은 크기가 거의 묵은 닭처럼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암탉은 그 새끼와 함께 모두 지붕 위로 올라가 이웃의 횃대를 바라보더니 날아서 그리로 갔다. 새끼 열한 마리도 모두 뒤쫓았다. 날아서 곧장 이웃집 횃대로 올라가더니, 암탉은 이웃 수탉의 목을 물고 늘어졌다. 이에 새끼 열한 마리가 다투어 내려치고 마구 쪼았다. 이웃 수탉은 횃대 아래로 떨어져 이리저리 싸우다가 문밖까지 이르렀다. 이웃집 주인이 말리려 하자, 곁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암탉이 수탉과 싸우는 것은 보통일이 아닙니다. 말리지 말고 잠깐 살펴봅시다” 하였다. 조금 있자 이웃 수탉은 죽고 말았다. 암탉은 제 집으로 돌아와 문에 이르러 죽었다. 새끼 열한 마리도 제 어미가 죽는 것을 보더니 모두 다투어 문지방에 몸을 던져 죽었다.

아아! 이상도 하다. 대저 닭은 무리지어 살면서 정한 배필이 없다. 수탉이 힘이 있으면 암탉은 문득 이를 좇는다. 그러다 수탉이 죽으면 다시 다른 놈을 따른다. 그런데 지금 이 암탉은 능히 처음의 그 수탉을 위해서 복수하였다. 새끼 열한 마리도 그 어미를 따라 아비의 원수를 갚았고, 어미가 죽자 그 어미를 따라서 죽었다. 새는 말을 해서 그 새끼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새끼가 능히 어미의 뜻을 알아 어미의 매운 뜻을 배웠으니, 어찌 그 어미의 매운 뜻이 능히 서로 감동되어 저절로 여기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아아! 슬프도다. 닭의 태생은 천지의 정렬(貞烈)한 기운을 모은 것인 까닭에 몸은 비록 새이나 사람도 능히 하기 어려운 일을 하였다. 만약 이 기운을 사람에게 모이게 하여 열세 사람의 모자로 태어나게 한다면, 장차 한 사람 한 사람이 열부(烈婦)와 효자(孝子), 충신(忠臣)과 의사(義士)가 될 것이다. 사람에게 모이지 아니하고 닭에게 모였으니 참 애석하다. 만약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듣고 닭도 능히 이와 같이 하는데 어찌 사람이 되어 새만도 못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여긴다면 그는 반드시 의인이 될 것이다.

문소 사람들이 이를 관가에 알렸다. 이에 이 마을을 ‘열계촌(烈鷄村)’으로 한다고 한다. 내가 이를 듣고 어찌 적어두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배워야 할 점은 닭도 죽은 지아비를 위해 절개를 지키고, 그 새끼들과 합력하여 원수를 갚는다는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한다는 일입니다. 생활 속에서 관찰한 닭의 기이한 이야기를 적고, 인간의 행동과 비교하여 교훈적 의미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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