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상해? ‘삶을 음미하라’ 말하고 싶을 뿐…영화 ‘수상한 교수’
내가 수상해? ‘삶을 음미하라’ 말하고 싶을 뿐…영화 ‘수상한 교수’
  • 배수경
  • 승인 2019.08.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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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 마음대로 살자’
독특하게 술집·잔디서 수업
일탈 행동 웃음 유발하지만
삶 성찰하게 만드는 힘 충분
수상한교수

‘가위손’의 에드워드,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윌리 웡카, 여름에 못 만나면 서운한 ‘캐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그리고 최근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그린델왈드에 이르기까지 조니 뎁은 주로 기괴하고 화려한 분장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15일 개봉한 영화 ‘수상한 교수’에서는 오랜만에 그의 민낯을 만날 수 있다.

어느 날, 대학교수 리처드는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에게 남은 삶은 고작 6개월, 치료를 받더라도 기껏해야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만 허락될 뿐이다. 영화는 그가 치료를 받을 것인지 받지 않을 것인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 부정, 분노, 타협, 우울, 그리고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영화 속 그는 물 속에 뛰어들기도 하고 입을 열 때마다 욕을 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족에게 사실을 말하기로 결심한 저녁 식탁에서는 말도 꺼내기 전에 오히려 아내와 딸의 폭탄선언을 듣게 된다. 딸은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아내는 그의 보스인 대학총장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결국 그는 고백을 잠시 미루고 남은 삶을 자신의 마음대로 살기로 결심한다. 영문과 종신교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던 그는 자신의 수업 방식부터 바꾼다. 때로는 술집에서, 때로는 잔디밭에서 독특하게 진행되는 그의 수업과 일탈에 가까운 행동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는 아니다. 웃음 속에 감춰진 메시지는 제법 묵직하다. 영화를 단순히 코미디 영화로 봐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면마다 적절하게 삽입된 배경음악도 영화를 가볍게 흘러가지 않도록 무게를 잡아준다.

‘수상한 교수’는 마치 연극처럼 6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전개가 된다.

셰익스피어가 ‘인생이란 단지 걸어다니는 그림자, 무대 위에 나와서 뽐내며 걷고 안달하며 시간을 보내다 사라지는 서툰 배우’라고 표현했듯이 영화는 어쩌면 삶이라는 것이 한 편의 연극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가 총장 주최 만찬에서 건배사를 빌어 내뱉는 말이나,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을 향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조언이다.

“기회는 한 번뿐이야. 그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돼. 모든 순간을 음미하고 모든 호흡을 찬미해.” 비록 뻔한 내용일지라도 죽음을 앞둔 교수 리처드가 들려주는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그의 조언은 결국 ‘카르페 디엠’,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것으로 요약이 된다. 단순히 이 순간을 즐기라는 것을 넘어 그들의 책임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그가 잠시 차를 멈추고 고민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달려가는 마지막 결정 역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국내 포스터와 제목은 조금 아쉽다. 원제인 ‘The Professor’를 ‘수상한 교수’로 바꾼 것은 그렇다치고 막장코미디로 홍보를 한 탓에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생각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라면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 코믹한 장면들이 몇몇 있지만 오히려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드는 묵직한 영화라고 보는게 더 좋다. 시한부를 다루고 있지만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삶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들려주는 조니 뎁의 엉뚱하지만 진중한 연기는 몰입도를 높여준다.

문득, 대구 남산동 성모당 내에 있는 성직자 묘지 앞에 쓰여진 글귀가 떠오른다.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나, 내일은 너)’ 누구에게나 죽음은 오는 것. 인생의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될 일이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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