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600m 정도의 암벽으로 둘러싸인
깎아지른 듯 솟아있는 바위에 자리 잡고 있는 바르람 봉쇄 수도원,’
음식은 물론 사람의 오르내림도 밧줄로 엮은 그물상자로 달아 내리고 달아 올렸던 그곳,
그곳에도 사람의 향기는 남아 있어, 죄지은 사람을 가두는 작은 벌 받는 장소가 있었다.
은수사 중에 혹시 품행이나, 수도사들이 지켜야할 계율에 어긋남이 있다면,
바위틈의 작은 틈새에 그를 세워두고 하루나 이틀씩 격리시켰다고 한다.
세상과 결별하고 평생을 수도하는 수도사들에게도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약함이 존재했었다니…… 인간적이다.
*바르람 봉쇄 수도원:터키 마테오라 지역에 있다
◇박영미= 경북 청도 출생. 2007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거룩한 식사>
<해설> 조선시대 형벌 가운데 팽형이라고 있었다. 사람을 끓는 물에 삶아서 죽이는 것이라 하니 얼마나 잔인한 형벌인가? 하지만 팽형을 할 때는 솥을 걸고 물을 끓이되 사람은 실제론 뜨거운 물에 담그는 흉내만 낸다고 한다. 그 뒤로는 모든 사람들이 그 사형수를 죽은 사람 취급했다고 한다. 곁에 있지만 말도 걸지 않고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두가 취급했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잔인한 형벌은 없을 것 같다.
철창이 있는 감옥보다 작은 바위틈새에 단지 세워 두었다 다면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보고 어쩌면 속으로 한마디씩 하지 않았을까?
수도사들에게는 육체적 형벌보다 오히려 명예형벌이 더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김연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