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민들의 반일·극일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광복절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이 소수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광복절 등 국경일을 단순히 공휴일로 여기는 사회 인식이 짙어지면서 국경일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10시께 대구 북구 한 아파트 단지에는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600여 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에서 베란다에 내걸린 태극기는 1개 동에 많아야 3~4개 정도에 불과했다. 1개 동 전체에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가 한 곳도 없는 경우도 있었고, 게양법조차 제대로 모른 채 조기를 내걸어 둔 가정도 눈에 띄었다.
북구 한 아파트에 사는 최수민(43)씨는 “요즘 일제 불매운동에도 나름대로 참여하고 있다. 국민 정서도 그렇고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태극기를 달아보려고 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면 깜빡한다”며 “집이 고층이어서 태극기 달기도 좀 어렵다”고 말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주택가나 상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남구 대명동의 한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주택 총 25곳 중 2곳에만 태극기가 게양돼 있었다. 일부 다세대 주택 건물에는 태극기 게양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대학생 정아영(여·26)씨는 “집에 태극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사면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무료로 좀 나눠주면 (태극기를)달 것 같은데 굳이 강요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국내 가정에서의 태극기 보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18~20일 전국 성인남녀 1천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가구 내 태극기 보유율은 75%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가구 내 태극기 보유율은 1983년 87%, 1992년 81%로 조사된 바 있다.
연령별 태극기 보유율은 60대 이상이 90%, 40~50대가 80% 내외, 20~30대는 약 60%를 기록해 젊은 층의 태극기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