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장, 치료를 미루지 마세요!
탈장, 치료를 미루지 마세요!
  • 승인 2019.08.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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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대구시의사회정보통신이사
마크원외과 원장
올해 55세인 A씨는 수개월 전부터 오른쪽 아랫배가 당기는 듯 한 증상과 함께 이전에는 없었던 변비 증상이 생겼다. 그러려니 하면서 식습관만 조절하면서 지내오던 중 최근 목욕탕 거울에 비친 오른쪽 사타구니가 왼쪽에 비해 미세하게 더 튀어나온 것을 보고는 이상하단 생각에 필자의 병원을 방문했다.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보니 오른쪽 사타구니에 탈장이 생겼고, 본인은 불편함이나 이상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왼쪽 사타구니에도 탈장이 있다는 이야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었기에 더 의외였다. 이렇듯 사타구니 탈장을 제대로 진단도 받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사타구니 부위에 비대칭의 종물이 보이더라도 살이 쪄서 그렇다고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 양쪽 모두에 병이 있는 경우에는 비대칭성마저 없다보니 질환으로 인식을 못하는 경우, 이상이 있는 것 같지만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으니 그냥 두고 병을 키우는 경우, 심지어 ‘탈장’을 진단 받고 수술을 권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미루는 경우까지. 다양한 이유로 발병한지 수개월, 길게는 수십 년 뒤에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탈장은 평생 유병률이 거의 25%에 육박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탈장이란 병명은 말 그대로 ‘장이 탈출하는’, 즉 배 안의 장기가 배 안을 벗어나는 모든 질환에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유병률이 가장 높은 사타구니 탈장(=서혜부탈장)을 비롯, 대퇴탈장, 배꼽탈장, 반흔탈장 등은 복벽을 구성하는 근육층이 약해지면서 근육결손부위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외에 역류성 식도질환의 합병 형태인 식도열공 탈장, 횡격막이 약해지면서 발생하는 횡경막 탈장 등이 있다.

우리 몸의 복벽은 피부, 피하지방, 근육과 근막, 그리고 복막 등 크게 4개 층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배 안의 장기를 둘러싸는 단단한 구조물은 근육인데 특정 부위의 근육·근막의 섬유가 끊어지면서 틈새가 벌어지게 되면 그 사이로 배안에 있어야 할 장기들이 복막과 함께 밀고 나오는 것이 탈장이다.

이 중 3/4을 차지할 정도로 사타구니 탈장이 많은 이유는 우리 몸의 구조상 양쪽 사타구니 부위가 가장 얇은 두께의 근육막을 가지고 있고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기에 이 부위에 더 많은 복압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복압을 유난히 높이는 여러 경우들이 추가 유발요인이 될 수 있는데 폐질환으로 오랫동안 반복해서 심한 기침을 한다거나,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려 복압을 높이는 직업 혹은 스포츠 활동을 반복하는 경우, 변비로 인해 배변시에 과도하게 힘을 주는 경우, 심한 복부 비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복압 이외의 유발 요인으로는 흡연과 나이가 있다. 흡연은 단백분해효소를 증가 시켜 근육조직의 결합력을 떨어뜨려 탈장이 쉽게 발생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최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특별한 직업적, 체형적 원인이 없어도 자연 발생하는 탈장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의 탄성을 유지하는 콜라겐이 점차 감소하면서 복벽의 힘이 약해져 탈장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타구니 탈장은 매우 전형적인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특별한 검사 없이 “사타구니 쪽에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종물”이라는 소견만으로도 진단을 내리고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수술 전에 탈장의 종류와 정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초음파 검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진단과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발견 후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첫째, 뚫려버린 근육·근막 부위를 방치하다보면 빠져 나온 장기가 다시 배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탈장 구멍에 끼어버리는 ‘감돈’이 발생할 수 있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끼어버린 장기가 괴사해서 장을 잘라내야 하는 응급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둘째,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후천적 요인들이 사라질 리 만무하기 때문에 한번 발생한 탈장구멍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게 되고, 구멍이 크면 클수록 당연히 수술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수술 후 재발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술은 첫째, 탈장구멍을 막아주고, 둘째, 증가한 복압을 방어하기 위해 복벽을 ‘보강’하는 것이다. 150여 년 전부터 해왔던 수술 방법은 탈장구멍을 단순 봉합하거나 주변부의 근육을 당겨서 보강하는 방식이었으나 재발률이 높고 회복기간이 오래 걸려 그 술식의 종류만 10여가지에 이를 정도로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특수 재질의 인공막을 덧되어 근육의 역할을 대신 하게끔 하는 인공막 탈장수술이 30여년 전부터 널리 보급되었고 해를 거듭하면서 인공막의 종류와 재질 또한 많이 발전하여 현재에는 전 세계적으로 최우선적으로 시행하는 수술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병변 부위를 직접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복강경)으로 인공막 탈장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단일통로 복강경 탈장수술’은 배꼽안에 1.5cm 정도의 피부 절개만으로 수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고 통증과 회복기간이 더욱 단축되며, A씨의 경우처럼 양측성 탈장도 똑같은 한 개의 흉터로 동시에 수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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