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문재인 정부의 조국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문재인 정부의 조국
  • 승인 2019.08.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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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전 대구고등법원 판사
얼마 전 서울대 재학생들의 ‘2019년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 투표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압도적 1위로 뽑혔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조국 후보자는 2016년 12월에 ‘제1회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상 설문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판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과 관련하여 최순실씨 등 비위 내용을 알면서도 이를 감찰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법률 대응을 조언하는 등으로 이를 방조하였다는 죄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한 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우병우의 경우는 개인적인 비리 보다는 권력형 비리로 처벌받은 케이스에 해당합니다. 우병우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질문하는 기자를 쏘아 보았다는 것과 검찰청 안에서 조사받으면서 수사관과 팔짱을 끼고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우병우의 안하무인격 태도가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병우는 자신이 범한 죄 보다 자신의 태도에 더 큰 비난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우병우의 권력적 태도와 과도한 권력행사로 인하여 조선일보 등 주요 기득권층이 박근혜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되었고, 그것이 태블릿 피씨로 시작되는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가 된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우파 언론에서조차 박근혜 정부와 등을 돌리고 결국 전직 대통령을 탄핵과 구속에 이르게 하도록 몰고 간 것입니다. 그만큼 권력 최정상부에 있는 권력자들은 그 권력행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망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막 넘어가는 시점이고 임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불거지는 의혹들과 이에 대처하는 조국 후보자의 안하무인격 모습에 우병우의 그림자가 비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이토록 인재가 없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게 자리가 좋은지?’ 한심하기도 합니다.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는 지속적인 검찰 개혁에 있다고 보입니다. 과거 정부에서의 검찰이 권력에 빌붙어 당시 야권을 탄압하고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한 뼈저린 경험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는 변함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해서 검찰의 탈정치화를 이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권력적이고 가장 친정부인사인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정치검찰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특히 조국 후보자의 개인적 비리 의혹은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는 양상입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자신의 총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매년 재산이 늘기는커녕 학비다 세금이다 해서 재산이 마냥 줄어드는데, 유독 고위 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매년 큰 폭으로 재산이 증가하는데 늘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연히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하여 취득한 정보를 가지고 주식 등 금융자산이나 부동산투자를 해서 자산을 급격히 늘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땅 투기 의혹도 그런 일면입니다. 조국 후보자가 통상적인 주식 투자를 해도 오해 받을 마당에 투자처에 대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모펀드에 전 재산을 투자한다는 것은 매우 의심스러운 것입니다. 그 투자 결과로 어떤 이득을 취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공직자로서 자질이 없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이런 상황에서 조국 후보자를 밀어붙이기 보다는 좀 더 비정치적인 인사로 교체함으로써 향후 검찰 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 않고 강행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망한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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