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은행 로고 회화로…금융위기가 남긴 것들
파산한 은행 로고 회화로…금융위기가 남긴 것들
  • 황인옥
  • 승인 2019.08.19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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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 ‘슈퍼플렉스’展
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그룹 참여
공유경제 등 거시적 관점서 탐구
비트코인 가치변동 형상 설치작
해수면 상승 소재 유리조각 선봬
슈퍼플렉스가-국제갤러리부산점
덴마크 작가 그룹 ‘수퍼플렉스’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비트코인 가치의 등락을 형상화한 설치 작품 ‘Connect With M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갤러리 제공





가로 20.4m, 세로 2m에 달하는 검은색 패널이 전시장 벽면을 장식했다. 패널에는 흰색으로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모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파산한 세계은행들과 인수·합병한 은행사명들이다. 그 중에는 2011년 파산한 대전상호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명도 올라와 있다. 한때 흥망성쇠를 거듭했지만 현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은행들이다. 그리고 반대편 벽면에는 이들 파산한 은행들의 로고를 그린 회화 작품들이 걸렸다. 덴마크 출신 스타 작가그룹 ‘수퍼플렉스(SUPERFLEX)’의 작품 ‘파산한 은행들(Bankrupt Banks)’인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라는 구체적인 사건을 매개로 권력과 자본의 상징성에 대한 서사를 엮어냈다.

최근 국제갤러리 부산점 전시에서 만난 수퍼플레스의 멤버 코브 펭거는 “금융은 세상을 읽는 공통분모이자 개인을 파악하는 수단”이라며 ‘금융’을 소재로 한 배경을 언급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금융시스템 흐름을 통해 경제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연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한 은행이 파산하면 다른 은행이 인수해 더 거대한 시스템으로 흥망성쇠하며 작동하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전시장 바닥에도 경제와 관련된 작품이 설치됐다. 18개월 동안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급변하는 가치변동을 그래프로 형상화한 조각 작품 ‘Connect With Me(커넥트 위드 미)’다. 코브 펭거가 “파산한 은행의 기념비를 만든 작품에서 세계 경제를 책임지고 견인해가는 기관을 표현했다면, 비트코인 그래프 작품은 개인이 책임진 경제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수퍼플렉스는 1993년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 동창생인 펭거와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센이 결성한 3인조 작가그룹이다. 이들은 현대사회의 동시대적 이슈를 경계 없이 다루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광주비엔날레에 3회에 걸쳐 참여했다. 이번 국제갤러리 부산점 전시에는 경제와 환경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크리스티안센이 개인이 아닌 작가그룹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으로 “협업의 힘”을 강조했다. 그가 “협업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임을 분명히 했다. “개인 한 사람이 모든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작품을 만든다는 것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아요. 우리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생각을 공유할 때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 수퍼플렉스는 스튜디오 개념으로 진화했고, 총 15명의 멤버를 두고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 선보인 ‘FREE BEER(프리 비어)’는 ‘협업’을 강조하는 수퍼플렉스의 철학이 반영된 작품이다. 작품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레시피로 만든 맥주를 파는 프로젝트로, 공유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펭거가 “공유를 통해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 신 경제의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시스템 속으로 편입된 경제야말로 협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분야며, 협업(공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철학을 ‘FREE BEER’에 펼쳐냈다. 펭거는 “구경제가 개인의 권리를 기반으로 했다면, 신경제는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협업의 시대”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환경문제를 다룬 작품도 소개됐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상징하는 푸른 유리조각 작품 3개를 설치했다. 바닥에서 0.98m 높이에 나란히 부착됐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예측한 2104년 해수면 높이가 반영돼 있다. 크리스티안센의 설명이 이어졌다. “해수면 상승이 향후 우리의 재앙이 될 것을 가사화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시는 10월 27일까지.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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