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인성은 실력이다
정말로 인성은 실력이다
  • 승인 2019.08.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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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최근에 뉴스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한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 후 포토라인에 섰던 모습이었다. 인면수심의 살인을 저지른 그에게 취재진이 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다음 생에 또 그러면 너 나한테 또 죽는다는” 파렴치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전해졌다. 인간성의 부재가 안겨주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살인에서부터 폭력, 마약, 사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면수심의 사건들이 횡횡한 현실이다. 갖은 만행들의 공통분모를 교육에서 찾는다면, 바로 ‘인성교육의 부재’에 닿아 있다는 점은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다. 교육의 실패에서 빚어지는 사회문제들을 바라보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산업화의 성공에 따른 풍요로움 속에서 우리는 높아진 국격 만큼 자존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러 국제적 조사 결과에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 ‘행복 하는’ 방법, ‘인간답게 사는 방법’ 역시 지식만큼이나 가르쳐야 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 왔던 것이다. 그러한 반성 속에서 드디어 사회는 ‘인간다운 성품’인 ‘인성’의 형성이야말로 교육이 맡아야 할 고유의 역할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2015년 7월, 세계에는 유례없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인성교육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인성은 정말이지 실력에서 발현된다. 인성만큼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종목(?)이 없다. 조벽 교수는 그의 저서 ‘인성은 실력이다’에서 인성을 ‘삼율’ 즉 자기조율, 관계조율, 공익조율의 실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자신을 알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율인’, 감정과 이성의 조화를 의미하는 ‘합리’, 긍정적 요인과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인 ‘긍정심’, 본인 및 타인의 감정에 바르고 표현하고 공감하며 이동하는 능력인 ‘감정코칭’, 의지를 더 큰 곳에 두고 혁신함을 의미하는 ‘입지’, 나눔과 베풂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어른십’의 ‘육행’을 제시하고 있다.

나 역시 인성은 가꾸고 키워나가야 하는 역량임을, 어쩌면 학습능력보다 중점을 두고 학습해야 하는 배워야 하는 자질임에 동의한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을 지도하다보면,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당연히 바른 행동, 바른 성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내 아이가 바른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부모가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어린 학생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바른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줄 필요가 있고, 이는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 번 배운 것을 바로 체화할 수 없다는 점은 지식 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다운 행동 역시 꾸준한 학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성이 실력이다.

대구시교육청 역시 ‘미래를 배우고, 더불어 성장’함을 비전으로 삼고 교육의 큰 흐름을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성의 학습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인성의 완성에는 행복이 존재하며, 그 행복은 자기를 초월하여 큰 가치를 지향하는, ‘함께 성장’하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에서 인성교육의 책임을 절실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크다. 교육자 고유의 역할 역시 그러한 학습자를 기르는 것에 맞닿아 있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 학교는 더욱 필요해질 지도 모른다. 다만 인성교육은 학교 고유의 책임이 아니라 가정과 활발하게 더불어 가르쳐져야 할 내용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식과 엄격히 구별된다.

자기를, 관계를, 공익을 조율하는 가운데, 아이가 학습하고 습관화한 인성은 그의 진짜 실력으로 발현될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의 진짜 실력으로 세계 속에 드러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 역할은 오롯이 학교와 가정에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맡고 있다. 최근의 초유의 사건들을 보면서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그래, 인성교육이 정말 중요한데, 공부만 잘 하면 뭘 하겠어” 하면서도 막상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아직 현실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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