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앵두 꽃 지는 운문호 물결을
산그늘이 다림질할 때
지는 해에 닿으려 물속 길은
걸어 나온다
하루를 살아내며 매만진 시의 언어들은
마지막으로 쏘아대는 화살촉
해가 사라지며 남긴 그늘에는
잠들기 전 우루루 모여
비린 부리를 닦는 두루미들
물앵두 가지가 뚝뚝 떨구는 꽃은
붉다, 뼈 속까지
거룻배처럼 남아서 흔들리는 나는
해에게 검은 외투를 입혀준다
먼 길 잘 다녀오라고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등단, 이상화문학제 백일장 대상, 최충문학상 수상, 형상시학 회장
<해설> 초록빛 짙은 봄날 물앵두가 무르익어갈 때쯤을 근간으로 하여 하루 낮 동안 스쳐간 일상들을 잔잔하고 정갈한 시어로 갈무리하고 있다.
비린 부리 닦는 두루미와 해에게 외투를 입힌다는 것은 밤을 의미한다. 그리고 먼 곳 잘 다녀오라는 듯 모서하면서…. 배웅의 아쉬움보다 더 진한 인연의 그리움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