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청년들은 왜 분노하는가?
[이효수 경제칼럼] 청년들은 왜 분노하는가?
  • 승인 2019.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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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영남대 총장
현재 이 땅의 수많은 청년들이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강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한 구절이고, 문재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과거 정부와 대비해 이 말을 강조해 왔다. 단순히 말로만 강조해 온 것이 아니다.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내세워 적폐 청산이라는 행동으로 과거를 단죄하는 일에 집권 이후 무려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력을 쏟아왔다.

그런데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각종 의혹들은 국민들이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특히 딸의 학교 입학 과정 및 장학금 수혜 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 수법 또한 일반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이고, 비록 그 방법을 안다고 해도 그런 인맥, 힘, 돈, 정보력을 가진 부모가 없는 일반 서민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방법들이다.

나는 ‘단층노동시장론’을 개발한 바 있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한국 노동시장은 학력과 성을 기준으로 승진, 보수, 근로조건 등이 전혀 다른 3개의 노동시장으로 분단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학력으로 은폐되어 있는 일종의 신분사회라는 것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으로 상위단층 진입이 거의 불가능 한 사회이다. 한국에서 대학입시는 단순히 입학시험이 아니라 인생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서 본인은 물론 부모들도 많은 삶의 가치를 희생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 특히 지금은 대졸 노동력이 엄청나게 과잉공급되고 경제가 저성장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대학을 나와도 취저임금수준의 하위단층으로 떨어지거나 아예 취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70%를 상회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계층 상승을 위한 그 낮은 기회마저 가질 수 없다.

이런 절망적인 사회에서 그 낮은 기회라도 잡아보기 위해 처절한 경쟁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가해진 반칙에 청년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맥, 힘, 돈, 정보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이 정의롭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서, 나와 나의 부모들이 국가의 입시제도를 믿고 희생과 인고의 긴 세월을 견디면서 도전한 기회를 한순간에 박탈해 버린다면, 어찌 좌절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언론 보도가 사실이면, “조 후보의 딸은 일찍 미국에 유학을 하고 그 경력으로 시험을 치르지 않고 외국어고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2주의 인턴을 하면서 제1저자로 의학 관련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이런 방식으로 관리된 스펙으로 대학과 대학원에도 서류 전형과 면접으로 들어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환경대학원에서는 한 학기에 한 과목을 수강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이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인재가 의전원에서는 두 번이나 유급되었다. 한 해에는 예외적으로 그 학생이 소속된 학년에서 유급자가 없었는데, 이는 이 학생을 구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대학을 아는 사람들이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 후보의 딸이 인턴을 했거나 다닌 대학이 5개나 되고, 관련된 모든 대학은 그녀와 관련된 업무처리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논문이든 장학금이든 교수가 어떤 형태로든 관련될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학 및 대학원 입시, 장학금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구가 부정한 방법으로 기회를 잡으면, 누군가는 정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회를 도독맞는 게임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교수들이 스스로 불공정 한 방법으로 다른 학생을 희생시켰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조국 후보자가 누구인가? 그는 언론이나 SNS를 통해 동료 교수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말해 왔다. 그는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의 지혜를 제공해야 할 대통령 민정수석으로서 적폐 청산을 주창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국민을 애국과 이적으로 구분짓기도 해 왔다. 그는 또한 사법개혁을 진두지휘해 왔고, 법무부 장관이 되어 그 개혁을 완수하려고 한다. 그의 말과 너무나 다른 그의 삶의 궤적에 대한 각종 의혹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말을 잃었다.

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뜨거운 열정’을 구현하는 핵심 축이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 혁명으로 일어선 정부로 자처하고, 앞선 정부에 비해 도덕과 정의의 우월성을 강조해 왔고, 그 중심에 조국 후보자가 있다.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다른 극도의 이중성을 지켜보면서 청년들은 좌절과 분노를 넘어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각종 의혹 논란이 이 사회에 끼친 해악은 결코 적지 않다. 인맥, 권력, 돈, 정보력으로 공정질서를 무력화시키는 부도덕한 특권층의 존재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력감을 갖게 될 것이다.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무너지고, 신뢰가 붕괴되고 있다. 정치적 허무주의와 냉소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지식인은 ‘지행합일’, ‘언행일치’를 위해 모름지기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를 완전히 실행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끊임없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지식인에게 주어진 소명이고 존경의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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