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지천으로 핀 나라꽃, 교육·문화 콘텐츠로 활용하자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지천으로 핀 나라꽃, 교육·문화 콘텐츠로 활용하자
  • 임종택
  • 승인 2019.08.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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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잘 꼬여 울타리용이다?
일제 부정적 선입관 고착화
6월~11월 피고 지기를 반복
꽃 많이 펴 조경용으로 만점
전국 가로수 중 5% 불과
식재운동·축제 홍보 필요
대구, 무궁화길 조성하고
시민들은 國花 사랑해야
무궁화2
우리나라 강산에 자생하며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이 무궁화다. 온대권인 국가에서도 자생하는 꽃이다. 우리나라에는 250여 품종이 있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8) 다시 무궁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2019년 74주년 8·15 광복절 행사에서 애국가가 장엄하게 울러퍼졌다.

애국가 4절의 후렴구는 언제나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이라는 꽃말이 일편단심인 무궁화가 등장한다. 오로지 한 곳 붉은 충절의 마음을 향하는 꽃, 무궁화는 근화(槿花)라고도 한다. 무궁화는 한자어이지만 중국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고, 다만 ‘산해경’에 한국에 훈화초(薰 華 草:무궁화)라고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무궁화는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5가지 상징 중의 하나이다.

국가의 상징이란 애국가, 태극기, 무궁화 옥새인 국새(國璽) 그리고 나라 문장(紋章)이다. 무궁화의 학명이 Hibiscus syriacus Linne라서 종명인 시리아쿠스라 시리아가 원산이라고 오판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강산에 자생하며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이 무궁화다. 물론 온대권인 국가에서도 자생하는 꽃이다.

우리나라에는 250여 품종이 있고 일본에도 200여 품종, 그리고 미국에도 250여 품종이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무궁화는 백단심계, 홍단심계, 청단심계, 배달계, 아사달계 등 5가지 품종으로 개화 특성상 아침에 맑은 햇살을 받고 피었다가 저녁이 되면 지거나 꽃잎을 떨구어 내고 새로운 꽃을 피우며 또 다시 찬란한 광명의 아침 햇살을 기다리는 담백하고 아름다운 꽃임에 틀림이 없다. 꽃이 질 때도 아름답다. 한껏 피어있던 꽃잎을 말아 오므리고 소리없이 자신의 영역에서 깨끗한 모습으로 영면을 한다. 그렇게 해서 매일 20-30여 송이가 6월에서 11월초까지 피고 지는 꽃이 무궁화다.

광복절 비가 내리는 날 독립기념관 앞에는 수많은 나라꽃인 무궁화가 진열되어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영상을 통해서나마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릴적 문득 스치는 희미한 기억속에 골목앞 공터에서 동네 친구들과 숨바꼭질 할 때 한눈 감고 외치던 소리가 기억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렇게 무궁화를 불러댔다.

무궁화는 1896년 독립문의 주춧돌을 놓을 때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를 넣으면서 나라꽃이 되었다. 그 후 일제 강점기 일본은 나라꽃인 무궁화를 뽑아 없애는 등 한민족의 정서와 정기가 어린 무궁화라는 식물에 위해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 나라의 자생 식물이나 토착 식물을 말살시키는 것은 그 식물과 함께 운명을 같이해온 민족의 정신을 없애는 것과 같다.

일본은 당시 무궁화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벚나무를 심게 된다. 벚나무(사쿠라:소메이요시노)는 일본의 국화(國花)로 역사적으로는 우리나라 자생 벚나무인 제주도의 왕벚나무의 유전자가 일본산 왕벚나무에서 발견된 모수(母樹) 즉, 어미나무임이 명백하다는 내용이 이미 ‘KBS 다큐공감’에서 방영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까지 이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2010년 일본의 나고야에서 채택된 ‘나고야의 정서’(ABS: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의 취지는 1993년 브리질 리우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한 협약인 생물다양성협약에서 생물다양성 보존, 생물다양성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를 하는데 목적이 있음에도 그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즉 제주도 왕벚나무의 생물자원을 이용해서 발생한 다양한 이익 부분의 공유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생물자원은 또 있다. 정향나무라고 알려진 털개회나무는 미국의 손으로 넘어가 미스킴라일락으로 우리나라에 역수출 되고 있고,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이는 한라산 자생식물인 구상나무도 마찬가지다. 라일락과 구상나무는 오히려 미국에 로열티를 주고 들여오는 입장이 되었다. 뒤늦게 우리나라는 국립생태원을 만들어 10만 여종의 우리나라 자생종 생물에 대해 보호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은 무궁화를 이야기 하지만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말을 더 많이 한다. 무궁화는 벌레, 특히 진딧물이 잘 꼬이는 식물이며 키가 크지 않고 울타리용으로만 쓰이는 관목 종류로 그다지 사람들의 선호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모두 일제가 만들어 놓은 덫 속에서 고착화된 생각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궁화를 대부분 생울타리나 교목 아래 심는 정도로 알고 있다. 내가 아는 어느 개인 정원에도 철망 경계 부분에 무궁화를 심어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는 경우를 보았다. 그래도 규모가 적지 않은 정원이라면 그것도 무궁화를 심을 거라면 작은 무궁화 동산이라도 만들어 놓았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무궁화는 꽃을 지속적으로 많이 피우기 때문에 유기질 거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그래야 거름기가 부족해서 쇠약 증상으로 오는 진딧물의 침입도 막을 수 있다. 또 무궁화는 여름꽃으로 가지를 잘라도 맹지가 잘 나오는 나무라 많은 꽃을 보기 위해서는 적당한 전정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무궁화는 외부 환경을 막아주는 차폐 용도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단목으로 심어 가꾸면 교목성으로 충분히 아름답게 키울수 있는 나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무궁화심기 운동을 벌인다면 심는 방법까지도 국민운동으로 번져나가길 바래본다. 봄이 되면 벚꽃축제 산수유축제 작약 매화축제 등 수많은 축제들이 있지만 정작 전국에서 무궁화 축제는 몇 되지 않는다. 무궁화는 여름부터 활짝 피는 성질이라서 무더위 탓도 있겠지만 점점 잊혀져가는 무궁화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법적 지위를 가지지 못한 무궁화의 위상을 법률로 격상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즉 법적으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지정하여 국화(國花)로서의 격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반갑고 또한 안타까운 소식은 얼마전 강원도 강릉 사천면 방동리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120년 무궁화가 노화로 수세가 약해 후계목 육성 사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구한말을 지나 6·25전쟁 등 격동의 역사를 겪어온 무궁화에 격려와 존숭의 마음을 보내며 후계목 육성 사업이 잘 진행되기를 기원해본다. 다행히 요즘은 대구 인근에도 무궁화를 많이 심어놓은 거리가 생기고 있다. 일본의 고속도로나 우리의 산업도로 격인 넓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중앙분리대나 도로 가장자리에 무궁화가 줄지어 심겨져 있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언론이나 정부 차원에서 벚꽃 축제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얼이 스며있는 무궁화 축제도 많은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자생종 무궁화의 종다양성 보호와 더불어 길을 걸으며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무궁화 가로수길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전국 가로수 약678만 본 중에서 무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6만 본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버즘나무, 벚나무 등인데 전국에 메타세콰이어길, 벚꽃길, 은행나무길 등의 유명 거리는 많다. 전라남도 장성 하면 바로 메타세콰이어길이 떠오르듯, 대구하면 떠오르는 무궁화길의 조성은 어려운 일인가. 무궁화의 조경적 활용뿐 아니라 꽃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교육적 측면, 무궁화 차, 그리고 최근 무궁화 속(屬) 식물로부터 추출한 히비스커스 등의 효능과 더불어 무궁화를 이용한 다양한 현대적 컨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 국민들 가슴 속의 무궁화에 대한 부정적 유전 인자를 없애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부정(不正)으로부터의 독립, 작은 자신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돌아오는 내년 광복절에는 무궁화 정신으로 더 커진 자신에게 만세를 부르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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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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