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주의자인가 기회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기회주의자인가
  • 승인 2019.08.2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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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이 정권이 조만간 임명을 원하는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숱한 우여곡절 끝에 다음달초 이틀간으로 날이 잡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국 사태(?)가 드디어 일단락 되려나보다. 여기서,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연 기회는 평등했으며,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울 것인지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이번 사태의 추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세간의 이목은 온통 이번 청문회에 쏠려 있다.

알다시피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을 고집스레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집권세력과는 무관하게 검찰의 중립과 독립을 확보하고 공정하게 법질서를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법무부장관이 정권의 홍보맨 또는 예스맨 역할이나 하려한다면 이미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일국의 법무부장관은 몹시 청렴하고 유능해야 한다. 그런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확인하고 규명하기 위해 검찰이 서울대와 고려대 부산의료원 부산시청 단국대 공주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조 후보자 가족의 투자처인 사모펀드 사무실과 웅동학원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임명하려 하는 장관 후보자가, 그것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의 수사선 상에 오르는 촌극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2012년 4월 19일 오전 9시18분)고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 서울대에서 강의를 할 때 육상 트랙에서 달리기를 출발하려는 학생들을 빗대어 “밖(바깥 레인)에서 뛰는 아이는 앞에서 뛰게 해주는 게 정의이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의 딸은 육상 트랙 가장 안쪽 레인, 제일 앞 쪽에서 경기를 뛰게 했다. 이것이 평등한 기회고, 공정한 과정인지 모르겠다. 장학금도 마찬가지다.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등록금 분할상환 신청자는 장학금에서 제외되는 제도도 바꿔야 한다.”(2012년 4월15일 오전 7시28분. 트위터)고도 했다. 자신의 딸은 유급 직전에도 내리 6번이나 장학금을 받았다. 정의로운 결과인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은 조국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워낙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언사를 많이 남긴 그이기에 이번 청문회는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불법적인 것은 없다고 항변하지만 워낙 얄미울 정도로 법과 당시의 각종 제도를 최대한 잘 이용해 온 그다.

그를 ‘진보주의자’라고 한다. 그가 진정한 진보주의자라면 자신과 가족이 잘 활용해 누려 온 갖은 권리와 기회에 대해 성찰하고, 내려놓을 수도 있어야 한다. 정칙보다는 변칙이 더 많았다면 더욱 그러하고, 그런 그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편법으로 점철한 자신의 기득권을 옳다고 주장하는 이에게 개혁의 칼을 맡길 수 없는 까닭이다.

2001년 5월 23일. 안동수 신임법무부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지 43시간 만에 물러났다. 그는 신임 인사말 초고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 서약을 밝혔다. 결국 법치 확립과 검찰 중립을 훼손하겠다는 신념을 보인 것 때문에 사퇴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됐다. 박희태 법무부장관은 김영삼 정부 때 임명된 후 열흘 만에 물러났다. 딸의 이화여대 특례입학이 논란을 일으켰다. 불법은 아니었지만 편법이었다. 민심은 분노했다. 결국 박 장관은 딸의 이중국적과 특례입학을 이유로 1993년 3월 7일 사퇴했다.

법무부장관이란 자리의 무게는 실로 무겁다.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경제, 풀릴 듯 했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간 남북관계, 대일규제와 안보위기, 젊은 층의 취업난과 소득 격차 등으로 국민에게 이렇다 할 희망을 안겨줄 수 없는 요즘이다. 이런 형편 속에서 집권정부는 민심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후보를 정말 훌륭한 후보라고 감싸고 또 감싼다. 민심이 돌아앉으면 그 자체가 결격이란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이 이상한 판은 계속해 돌아간다.

민정수석 당시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검증이 줄곧 허술했던 조국 후보의 스스로에 대한 검증은 물어보나마나다.

민심의 바다를 거스르는 배는 가라앉기 마련이다. 민심이라는 바로미터를 칼날로 여기지 않는 정권은 곧 ‘승산’을 걱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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