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거대 폭포수로 노이즈화 감탄”
“데이터, 거대 폭포수로 노이즈화 감탄”
  • 황인옥
  • 승인 2019.08.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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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크루젠’展 박종규 초청 ‘작가와의 대화’
작가 전시서문 쓰며 인연 맺은
獨 그레고어 얀젠 관장 패널로
"디지털 화면 속 세계와 조우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개념
미술언어로 활용 강점 작용"
대구미술관-박종규작가
박종규 작가 전시의 일환인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한 그레고어 얀젠(오른쪽).

“전시 제목으로 독일어 ‘~크루젠(Kreuzen)’을 사용해 흥미로웠다. 어려운 단어인데 전시 작품들과 이 단어가 제대로 부합해 놀라웠다.”

최근 대구미술관이 전시 중인 박종규 작가를 초청해 작품 제작 과정과 작가의 정체성 그리고 작품세계 등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를 가졌는데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 미술관 그레고어 얀젠(Gregor Jansen) 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크루젠’이라는 단어를 매개로 박종규의 작품세계를 언급했다. “독일어 ‘크루젠’은 십자가 크로스의 의미로, ‘바람에 맞서 지그재그로 항해하다’라는 의미다. 이 단어가 거대한 데이터 홍수 속 디지털을 항해하며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박 작가의 작품 세계와 잘 맞아 보였다.”

박종규는 2009년부터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에서 추출한 ‘점’과 ‘선’의 이미지를 코드화해 ‘노이즈’로 표현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코드화한 노이즈를 통해 옳고 그름, 흑과 백 등 이항 대립적인 틀의 해체를 시도해 왔다. 그레고어 얀젠과 박종규와는 중첩된 인연을 자랑한다. 몇 년 전 대구에서 대구 작가 4~5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박 작가와 처음 만났다. 이후 대구미술관이 그레고어 얀젠에게 박 작가의 ‘~크루젠(Kreuzen)’전 서문을 의뢰하고 그가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번 작가와의 대화까지 인연이 지속됐다. 그레고어 얀젠은 전시 서문 작성을 위해 지난 4월, 박 작가 작업실을 방문해 작품 전반을 둘러보며 작가와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그레고어 얀젠이 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물리적 효과와 정신적 효과를 표현한 것은 놀랍다”고 한마디로 평했다. 그레고어 얀젠은 노이즈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박종규 의 미디어 작품 ‘embodiment’을 흥미로운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중심으로 박 작가의 작품세계를 평했다. 그는 “디지털의 데이터를 거대한 폭포수처럼 떨어지게 하는 작품은 처음이다. 마치 수많은 핸드폰 너머에 있는 디지털 화면 속 세계와 마주하는 것 같았다. 디지털이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개념인데 이 개념을 미술언어로 쓰고 있는 것이 이 작가의 강점”이라고 박 작가를 추켜세웠다.

1881년에 개관한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미술관은 상이한 방향들과 매체들을 통해 현재를 포착하고자 하는 목표로 그들의 가치에 부합하는 작가들의 전시를 이어왔다. 특히 그레고어 얀젠 관장은 아시아 미술에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왔다. 1998년 아헨(Aachen)에서 열린 ‘대륙 전환(Continental Shift)’전의 일환으로 한국과 일본에 관한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 초대받았다.

“백남준, 구정아, 무라카미 타카시, 오자와 츠요시와 함께 특별히 저에게 (아시아 미술이) 매력적이었던 점은, 완전히 새로운 현대 미술 분야와의 만남이 많은 놀라운 순간과 흥미진진한 마주침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유럽 현대미술의 일원인 그에게 세계 미술시장의 일원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우리 작가들의 자질을 물었더니 그는 단호했다.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작업하는 것, 많이 보는 것 그리고 읽는 것, 대화하는 것,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행운을 갖는 것”이라고.

박종규의 작품 세계에 공감하며 비교적 즉흥적으로 전시 서문을 작성했다는 그레고어 얀젠. 그에게 쿤스트할레 미술관에서의 박종규의 전시 계획을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당장은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종규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현재의 디지털화와 포착의 문제들을 아주 잘 변화 시켜냈다. 우리 미술관에서 명확한 전시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지만, 이것은 반드시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박 작가의 카탈로그를 독일의 몇몇의 좋은 사람들에게 당연히 소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에서 미술전문가에게 특정 작가를 소개하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운 일임을 감안하면 그의 이 발언은 박종규 작품에 대한 이례적인 호감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박종규의 ‘~크루젠(Kreuzen)’전은 9월 15일까지 열린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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