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沈默 그 이후
침묵沈默 그 이후
  • 승인 2019.08.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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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 매달려 여린 흔들림 남기고 새가 날아갔다

떠난 자리 파문이 연기처럼 퍼진다

놀라 허둥대던 잎들 침묵하던 새의 날갯짓을 알아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면서도 비명을 남기지 않는다

새가 날아간 마당 어제의 시간에서 그늘이 날아오른다

가지엔 이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춤사위만 남았다

흩어지기 위해 마른 잎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잔뜩 노란 물이 든 *승천원昇天院 마당

깊이 내렸던 적막이 살과 뼈를 태운 연기에 지워지고 있다
*승천원 : 경북 상주에 있는 화장장

◇김정아= 경북 상주출생, 대구시인협회 회원, 형상시학회원, 문장작가회원, 시인시대편집위원.

<해설> 승천원 마당에 내려앉은 낙엽들은 한 마리 작은 새의 날갯짓에 주검이 연기로 지워지고 있다. 가지에 앉았던 작은 새 날아가자 미세한 흔들림조차 침묵이라면 잎사귀들 비명마저 거절한다.

삶이란 한낱 저 승천원 앞마당에 깊은 적막을 끌고 가는 뼈와 살을 태운 연기임을 갈파하는 화자의 고뇌가 가슴 뭉클거린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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