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이 도는 창가
짐을 풀어 놓듯 큰 섬 하나를
잔으로 내려놓는다
하루 나그네의
흔들리는 땅위에
한순간 고요를 저어본다
철이 들 무렵
어머니의 용서를 구하던
그 날의 다사로움을 담고
아껴 한 모금씩 들며
깊은 겨울 산(山)의 명상을 부른다.
떨리던 하루해가
빈 잔 속에서
바람개비로 돈다
▷경북 포항 출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졸업. 1985년『월간문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성균관대학교 강사 역임. 미래시동인회 회장 역임.
그의 작품의 시적 충동은 `언제나 자연이며, 그 현실에서 경이의 눈망울로 우주 속의 존재의 울림을 형상화해 보려는 존재의 숙명적 우수성(憂愁性)을 나타낸다.’고 평하고 있다.
한 잔의 차, 그 찻잔 속에 담긴 시인의 깊은 사색의 시간들이 한순간의 고요와 함께 잘 용해되고 있음을 본다. 다사롭던 지난날의 추억과 깊은 산의 명상까지 시인은 찻잔 속에 담아 고요를 저으며 한가로움 속에 자신과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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