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구령 前 상하이미술가협 부주석 “韓 미술시장, 젊은 피 필요해”
주구령 前 상하이미술가협 부주석 “韓 미술시장, 젊은 피 필요해”
  • 황인옥
  • 승인 2019.09.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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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 회고전 소식에 방문
“전 생애 아우르는 작품 처음
해골 매개 다양한 표현 감탄”
대구 아트마켓 둘러본 소감
“1998년 당시와 변한 게 없다
한국화-현대미술 공존 중요
전시 조직위 더욱 젊어져야”
권정호
미래를 통하는 문(Gate through the futur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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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미술가협회 부주석을 지낸 주구령 미술평론가가 봉산문화회관 권정호 개인전 전시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골의 깊이가 끝이 없었습니다. 놀랍고 신선했어요.”

중국 상하이미술가협회 부주석을 지낸 주구령(71) 미술평론가가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 권정호 화백의 회고전인‘권정호;1971~2019’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에서 단숨에 날아왔다. 전시장을 둘러본 그는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권정호 작가의 작품들을 여러 차례 접했지만 지금처럼 전 생애를 아우르는 작품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다양한 표현법과 주제의식이 놀랍네요.”

거대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 미술 시장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온 그가 권 화백의 개인전을 찾은 배경에는 둘 사이의 우정이 있었다. 주 평론가와 권 화백은 1998년에 대구예총 주최·주관의 대구·상하이 미술교류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권 화백은 대구미술협회장이었다. 주 평론가는 이후 5차례 더 대구를 방문하며 권 화백과 인연을 이어왔다. 주 부주석은 2005년 권 화백의 중국 상하이미술관 개인전에 특별한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두 미술인의 남다른 우정일수도 있고, 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인터뷰 내내 주 부주석은 권 작가의 작품세계를 추켜세웠다. 그가 “단편적으로 볼 때와 달리 작품 전반에 흐르는 깊이감에 새삼 놀랍다”고 했다. “해골을 매개로 평면, 입체,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현대미술로 표현하고 주제 또한 다양해서 깊이가 느껴졌어요.”

중국은 현재 자타공인 세계미술시장의 핵심 일원으로 급부상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과 어깨를 할 만큼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이는 중국 정부가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으로 80년대 중반부터 무역특구를 중심으로 경제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진 결과다. 특히 광저우와 심천 그리고 홍콩의 삼각특구, 베이징과 텐진 등을 중심으로 생겨난 미술경매회사들이 해외 작가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유럽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과 손잡고 중국미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80년대를 지나면서 유럽 유학파들이 중국으로 대거 귀환하고 그들이 서양의 현대미술 대신 중국의 정신과 결합한 중국화된 현대미술로 독자적인 색깔을 찾으면서 세계적인 작가들을 배출하게 됐다.

주 평론가는 지난 28일 권 화백 개막식에 참석하고, 이튿날 대구미술관과 봉산문화회관, 봉산문화거리 등을 둘러봤다. 중국 미술 시장의 성장을 지켜본 그에게 대구 미술을 둘러본 소감을 묻자 “봉산문화거리를 둘러보니 98년에 처음 보았을 때와 변한 것이 없었다. 아트마켓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보였다”며 아트마켓이 활발한 상하이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주 부주석이 상하이 미술과 대구 미술의 흐름을 비교했다. 그가 “대구의 전시장들은 현대미술 작품 위주였다. 한국화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운을 떼고, “중국은 현대미술과 중국화가 양대 산맥을 이뤄 성장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에는 쩡판즈, 쟝샤오강, 웨민준, 왕광이 등의 중국 4대 천황과 아웨웨이, 차이퀘창, 쉬빙 등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제백석, 이가염, 티엔리밍, 왕동령, 왕룡 등의 중국현대수묵화가들도 그들 못지않은 지분을 형성하고 있다.

그에게 한국미술이 세계미술 시장의 일원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물었다. 그가 중국미술 시장에 견주어 진단했다. 그가 첫 번째로 언급한 조건이 “젊은 열정”이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국제미술전을 운영하는 기획자나 조직위원들을 30대 젊은 전문가로 대폭 물갈이를 했다. 40대 초반만 되도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할 정도라고 한다. 이들 젊은 미술 전문가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적인 젊은 대가들을 탄생시켰고, 지금의 중국 미술시장을 견인했다.

“한국도 젊은 미술전문가들을 수용해 그들의 젊은 열정을 미술시장에 녹여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중국처럼 작가 층도 더욱 두터워져야 겠죠. 그 두 요소가 함께 가야 미술과 미술시장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회관 ‘권정호 1971~2019’전은 21일까지. 053-606-61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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