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편견을 넘어 지혜로
<대구논단> 편견을 넘어 지혜로
  • 승인 2009.02.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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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편견(偏見)’은 글자 그대로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으로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사실상의 근거 없이 지니고 있는 완고한 견해를 말한다. 영어권에서는 `prejudice’라고 해서 `미리 내린 판결’ 즉 `선입견(先入見)’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대개의 편견은 개인이 자주적이며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단계, 즉 어린 시절에 그 개인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주입된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 편견이 일단 고착되면 이후에 올바른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더욱 완고해지고 자기방어적인 논리로 한층 정교해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미리부터 편견에 물들지 않도록 지혜를 길러주는 의도적인 조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장면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도록 훈련되어야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게 해야 한다. 즉 실제로 편견의 대상과 접촉하거나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 보고 자신의 견해와 비교해 보게 하는 것 등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진리에 대한 개방성(開放性)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개방적이지 않은 사람은 어떠한 계기가 주어져도 자신의 편견을 지키려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 네 명의 왕자가 있었는데 항상 제고집만 부렸다. 자기가 본 것 이외에는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임금은 왕자들을 타이르기도 하고 야단을 치기도 하였지만 돌아서면 다시 고집을 부리곤 하였다.
`이게 다 오냐오냐 하며 키웠기 때문이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임금은 골똘히 생각하였으나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나라 안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노인을 찾아가 좋은 방안을 물어보기로 하였다.

이 경우, 임금은 진리에 대한 개방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임금은 노인의 가르침대로 황금귤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 둘레에는 울타리를 쳐서 누구나 함부로 볼 수 없도록 한 다음 네 왕자를 불러 놓고 말했다.

“이 울타리 안에는 황금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 너희들은 누구나 석 달간만 볼 수 있다. 맏이는 봄에만, 둘째는 여름에만, 셋째는 가을에만 그리고 막내는 겨울에만 보도록 하여라.” 그리고는 울타리 입구에 힘센 병사를 세워서 누구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지키게 하였다.

이윽고 1년이 지나가자 임금은 네 아들을 불러놓고 차례대로 본 것을 말하도록 하였다. “네, 저는 연둣빛 새싹이 돋고 하얀 꽃이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꽃이 지고 콩알만 한 열매가 맺더니 점점 굵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노랗게 익어가는 열매를 보았습니다. 달콤한 향기도 풍겨 나왔습니다.” “네, 저는 그런 것을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잎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것을 보았습니다.”그러자 임금이 타이르듯이 물었다.

“그럼, 누가 본 것이 진짜 나무의 모습이란 말이냐? 똑같은 나무를 보았는데도 각각 다른 모습을 말하고 있으니…….”그러자 한참 뒤 네 왕자가 동시에 대답하였다. “같은 나무라도 계절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보인다고 생각됩니다.”

이 경우에는 왕자들에게 지혜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뒤부터 과연 네 왕자는 자기만의 고집을 부리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넣어주기보다는 지혜를 길러주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다수결이라는 지혜가 있음에도 우격다짐으로 전기톱을 휘두르고, 시너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학생들이 자연스레 이러한 장면을 학습하고 가슴에 새기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정녕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편견을 금언(金言)으로 굳히고야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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