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안 해? 결혼은?"…추석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취업 안 해? 결혼은?"…추석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 강나리
  • 승인 2019.09.0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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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상여금 지급 기업 감소
야근 근무 줄면서 월급도 뚝
차례상 장보기·가사일 고통
세대·상황별 곤혹 ‘매한가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흩어졌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고 수확과 풍요의 기쁨을 함께하는 날이지만, 세대별 또는 각자 처지에 따라 추석 연휴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다.

직장인과 주부들은 제수 및 선물 비용, 용돈, 여행 경비 등 가계 지출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지갑이 얇은 서민들은 더욱 팍팍한 추석을 보내게 됐다.

경북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문석환(42)씨는 여름휴가에다 추석까지 연이어 목돈을 쓰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연휴에 처가 식구와 아내, 딸과 함께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항공료, 숙박비 등 여행 경비로 150여만 원을 지불한 탓이다. 관광지 요금과 식비에다 제수 비용 등을 포함하면 다음 달에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문씨는 “인건비가 오르면서 휴일 근무나 야근이 확 줄었다. 월급이 30만 원 정도는 줄어서 살림에 타격이 크다”며 “그렇다고 차례상을 안 차릴 수도 없고, 부모님 용돈을 안 드릴 수도 없어서 친척과 거래처 간부들 선물은 생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석 자금 압박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실제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대구지역 기업은 지난해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영자총협회가 지난 달 지역 기업 124곳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응답 업체의 48.3%로 지난해보다 17.6%p 줄었다. 또 지역 업체들의 올해 추석 경기는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됐고 추석 휴가 역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석 차례상 준비와 함께 각종 가사일을 책임지는 주부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워킹맘 안지영(여·35·대구 서구 중리동)씨는 제수용품 구입비를 절약하기 위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번갈아 돌며 발품을 팔 계획이다. 차례상은 간소화하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실속있게 준비하려 한다.

안씨는 “어른들한테 욕 안 먹을 정도로만 상을 차릴 예정”이라며 “돈도 돈이지만 음식 장만하는 것도 중노동이라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취준생에게는 추석 연휴 동안 가족·친척들이 건네는 질문과 잔소리가 큰 부담이다. 4년째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이시안(여·29·대구 달서구 월성동)씨는 “연휴 내내 집에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 학원에 간다고 하거나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며 “‘취업은 언제 하냐, ’결혼은 언제 하고 애는 언제 낳을 거냐‘는 잔소리 때문에 웬만하면 명절 친척 모임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거노인과 쪽방촌 주민 등 소외이웃에게는 명절이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실직 후 20년째 혼자 살고 있다는 전모(78)씨는 “명절에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라며 “재작년에 둘째 아들과 손자가 한번 찾아오긴 했는데, 용돈 하나 제대로 못 주는 처지라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강나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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