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축제와 스토리텔링
사과축제와 스토리텔링
  • 승인 2019.09.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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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경북대 초빙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축제의 계절이다. 인삼축제, 바다축제, 맥주축제등 전국적으로 약 2천개의 축제가 있다. 축제의 성격이 뚜렸하고 알차게 운영되어 성과를 거두는 축제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제는 유명 연예인이나 가수를 불러 여흥을 즐기거나 먹고 마시는 행사 위주이다. 천편 일률적으로 운영되고 행사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많은 투입비용에 비해 성과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대구에도 치맥축제 등 여러 개 축제가 있다. 가장 성공적이라는 치맥축제도 시작한지 11년 세월이 흘렀으나 크게 발전 하지 않았다. 치맥축제에는 대구시 지원 금액만도 10억원에 이른다. 맥주회사의 협찬금이나 참가업체의 참가비등을 합하면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었다. 축제 지원금에 비해 내용이 충실하지 못하고 가성비도 낮다는 평가이다. 먹는 것이 대세이라 치킨과 맥주를 먹고 마시는 축제는 대중의 흥미를 가진다. TV를 틀어도 ‘쿡방’이나 ‘먹방’이 자주 나온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고, 쿡방은 요리하다는 뜻의 ‘쿡(Cook)’과 ‘방송’의 합성어라고 한다. 먹고 마시는 것을 주제로 잘만 하면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끌 수 있다. 몇년전 중국에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 소비자들은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식 치킨에 열광하면서 ‘치맥 열풍’이 일었다. 중국 내 한국식 치킨점 매출액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치킨점에 중국 소비자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축제는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마케팅과 결합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축제는 컨텐츠가 있어야하고 독특한 문화가 있어야한다. 수명이 길고 세계적인 축제가 되려면 ‘이야기 거리’ 이른바 ‘스토리 텔링’이 잘되어야한다.

필자는 해외근무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관광지를 여러군데 가보았다. 독일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게 소년’등 많은 관광지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힘들여 현장에 도착하였으나 실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알려진 것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화와 접목하고 이야기를 만들여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것이다. 우리의 먹을거리에도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다. 우리 국민들이 즐겨먹는 설렁탕은 ‘선농탕(先農湯)’에서 나온 말이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조선시대에는 봄이 되면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를 올렸다. 백성들과 함께 직접 소를 몰아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친경례 의식도 행하였다. 모든 행사가 끝나면 임금이 백성들에게 고기를 뼈째 고은 선농탕을 하사했는데, 이것이 설렁탕의 기원이라고 한다. 주위에서 흔히 먹는 만두는 한자로 쓰면 ‘饅頭’이다. ‘오랑캐 머리’라는 뜻의 오랑캐 만(蠻)과 머리 두(頭)이다. 촉나라 제갈공명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가던 중 여수(濾水)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폭풍우가 몰아쳤다.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자 현지인들이 “남만에서는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자하면 49명의 사람을 죽여 그 머리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하였다. 제갈공명은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하고 대신 양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두소를 만들고 밀가루로 싸서 사람머리 모양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 바람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이때 빚은 음식이 ‘남만 사람들의 머리’인 ‘만두’라고 한다. 먹을거리르 소재로 축제를 만들거나 축제 유래를 이야기 거리로 만들어야한다.

대구에도 얼마든지 볼거리나 먹을거리 관련 소재가 많다. “ 사과하면 대구이고, 대구하면 사과”로 알려졌다. 사과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고려 숙종때(1054-1105)에 나온다. 우리나라 사과는 1884년 경 선교사에 의해 관상용으로 재배되었으며 1890년에 대구를 비롯한 여러 지방에서 재배되었다. 대구시 동구 평광동에 120년 된 사과 나무가 있다. 팔공산 자락과 공산지역 일대는 오늘날도 140 농가가 사과를 배배하고 면적은 110 ha에 이른다. 올해는 대구의 사과가 도입된지 120년 되는 해이다. 사과나무 도입 120주년을 맞아 소중한 향토자원을 시민에게 알리고 사과 명성을 알리자. 1970년대에 대구의 희망과 꿈을 노래한 대구 찬가 ‘ 능금 꽃 피는 고향’ 이 크게 유행했다. 1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사과 노래를 만들자. 사과 비를 건립하고, 사과 글짓기, 사과 노래자랑, 사과 음악회등 사과 축제를 벌이자. 사과 재배지역 근처에 ‘왕건 길’도 있다. 왕건길 걷기 대회도 개최하자. 평광동과 공산면, 팔공산을 중심으로 사과 역사에 문화와 스토리를 입히면 대구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다.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사과 축제를 개최하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 대구의 희망과 비전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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