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함께라면… “혼밥도 혼술도 외롭지 않아요”
유튜브와 함께라면… “혼밥도 혼술도 외롭지 않아요”
  • 정은빈
  • 승인 2019.09.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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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방
 
 

[신인류 '나홀로 족' 그들이 사는 법]  Ⅱ. 유튜브는 내 친구

“TV는 바보상자.” TV를 얼마나 많이 들여다봤으면 생긴 말일까. 하지만 TV가 영상 콘텐츠를 안방으로 전할 유일한 수단이던 시절은 이미 오래 지났다. 영상 콘텐츠의 홍수 속 유튜브(Youtube)와 같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는 놀이수단의 하나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파급력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일반인은 유튜브 개인 방송으로 방송인 못지않게 알려졌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어엿한 직업이 됐다. 상위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수입은 억 단위에 이르렀다. 반대로 TV로만 볼 수 있던 연예인과 정치인 등은 하나둘 채널을 개설해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다.

유튜브 방송은 시청자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일상을 파고들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들은 자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1인 가구다.

◇1인 가구 일상 파고든 ‘먹방’과 ‘쿡방’

 

-동영상 앱 중 사용시간 점유율 88%
음악·키즈 장난감 방송 ‘인기 부상’
고전채널 먹방도 꾸준히 시청 견지

직장인 김준영(28·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지난 4월 자립한 뒤 식사 시간마다 유튜브를 찾는다. 쿡방을 보면서 식사를 준비하고 먹방을 켜놓고 밥을 먹는 것이 일상이 됐다. 잠들기 전에는 동물 혹은 일상 분야 방송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 밤에는 ‘술방’을 보며 ‘혼술’을 하기도 한다.

김씨는 “혼자 조용한 집에서 밥을 먹으면 맛이 없는데 먹방으로 ‘쩝쩝’ 소리 내면서 먹는 걸 보면 적적함이 가시기도 하고 식욕도 오른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리뷰해 주는 먹방은 정보 제공 차원에서도 좋다”고 했다.

김씨는 또 “쿡방의 경우 요리책과 달리 오늘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검색해서 만드는 법을 알아볼 수 있고, 세세한 부분까지 배울 수 있다.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면 기억에도 더 오래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유튜브 크리에이터 순위에서 ‘먹방’이 제외된 것을 보면 유튜브 방송 고전 급인 먹방 채널의 인기는 한풀 꺾인 듯 보인다. 하지만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 분야에서 음식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특히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먹방과 쿡방 시청을 견지하고 있다.

유튜브 분석 앱 ‘녹스 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떵개떵(348만 명)’은 국내 44위, ‘밴쯔(302만 명)’는 54위, ‘백종원의 요리비책(268만 명)’은 63위에 올랐다. 특히 기업인 겸 요리연구가 백종원(53)씨는 유튜브 채널 개설 3일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넘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씨는 지난 6월 11일 백종원의 요리비책에 요리 영상을 올리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채널은 8월 23일을 기준으로 영상 조회 수 7천140만여 회를 기록했다.

앞순위는 음악과 키즈가 차지했다. 어린이 장난감 리뷰 등 키즈 유튜브 채널이 급부상한 점이 돋보인다. 같은 날 국내 유튜브 크리에이터 순위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음악) 1천740만명 △보람튜브 토이리뷰(키즈) 1천383만명 △제이플라 뮤직(음악) 1천332만명 △두두팝토이(키즈) 724만명 △정성하(음악) 587만명 등이었다.

이 밖에도 총 3천272만명이 지난 5월 414억분 동안 유튜브를 이용했다. 넷플릭스·옥수수 등 OTT 수가 늘고 있지만 유튜브는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구글 플레이 ‘동영상 플레이어·편집기’에 등록된 앱의 총 사용시간(468억분) 중 유튜브 점유율은 88%에 달했다. 유튜브 사용시간은 지난해 5월(291억분)보다 123억분, 점유율(86%)보다 2% 늘었다.

애플리케이션·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구글 플레이 동영상 플레이어·편집기 카테고리 등록 앱 사용자 중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전국 3만3천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다.

50대 이상~10대 연령층 모두가 동영상 앱 중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50대 이상은 총 107억분, 10대는 98억분, 20대는 85억분, 30대는 63억분, 40대는 61억분 순으로 유튜브를 시청했다. 특히 50대 이상의 선호도는 전체 동영상 앱 사용시간 114억분 중 유튜브가 94%를 차지해 압도적이었다.

◇잇따르는 먹방 사고… 잘못된 모방에 경고도

 

-생사 넘나드는 기이한 먹방
주먹밥 통째로 먹다가 질식·사망
5살 딸에 대왕문어 먹여 ‘학대논란’

유튜브 방송은 즐거움을 주고 때론 유익하지만 이를 무작정 모방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부 유튜버는 많이 먹고 맵게 먹거나 특이한 것을 먹는다. 이 같은 식습관은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 4월 일본 한 먹방 유튜버는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 한입에 먹기를 도전했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 유튜버는 생방송 진행 중 오니기리를 한입에 넣었고 잠시 후 질식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20여분 뒤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겼다.

지난 6월 국내에서는 한 키즈 채널 유튜버가 ‘몸무게 15kg 쌍둥이가 10kg 대왕문어를 먹었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아동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이 채널 운영자는 5살 된 두 딸이 대왕문어를 뜯어 먹는 모습을 찍어 게시했다. 시청자 다수는 치아가 덜 자란 아이들이 크고 질긴 문어를 통째로 먹는 것이 위험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가 본인 몸만 한 문어를 힘들게 먹는 모습이 가학적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삭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먹방과 쿡방이 국내 요식업 동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자극적이고 중독성 강한 음식 소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짜고 단 맛을 내는 설탕과 나트륨은 과한 섭취 시 심장질환 등 발병률을 높인다.

미국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의 ‘2017년 세계 질병부담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 사망자 중 22%(1천100만명)가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구 10만명당 104명이 잘못된 식습관으로 조기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식을 일삼아 위 내부 근육이 발달한 이들과 달리 식사량이 평균인 사람이 갑자기 과식을 했다간 위장 천공이나 패혈증 등도 겪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우리나라 고도비만 인구가 기존 두 배 수준인 9.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식(食) 문화 전반에 경고등이 켜지자 정부도 규제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2019년)까지 폭식을 조장하는 인터넷방송·TV 등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가인과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 “영상보다 종이가 좋아요” 아날로그 방식 유지

 

-‘디지털 거부’ 종이책 찾는 고정층
미디어 편리함보단 느림의 미학
방송보다 전문적이고 소장 가능

시대 변화 속에도 아날로그식 생활을 추구하는 이들은 있다. 2년여째 혼자 산 전소민(여·29·경북 경산 조영동)씨는 그동안 요리책 세 권을 샀다. 전씨는 집에서 끼니를 챙길 때 요리책을 자주 참고한다. 요리의 영양 성분과 열량이 잘 정리돼 있는 데다 메뉴 고민을 줄여주는 점이 좋아서다.

동네서점 수의 증가는 전씨처럼 여러 분야 책을 찾는 고정층의 존재를 보여준다. ‘동네서점’ 지도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 기준으로 대구지역 내 서점 수는 14개소다. 지난해 12개소에 비해 2개소 늘었다. 이 가운데 독립출판서점도 더폴락·고스트북스·스튜디오콰르텟 등 5개소가 있다.

전씨는 “요즘 요리책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점을 반영해 맞춤형 끼니를 소개해 준다. 혼자 살면 내가 먹는 음식들의 영양가를 생각하기 힘든데 요리책은 웬만한 쿡방보다 전문적이어서 단순히 선호도가 높은 음식보다 영양 측면에서 균형 있는 요리를 알려 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전씨는 “요리책은 소장해 두고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데다 빠르게 진행되는 영상과 달리 천천히 따라 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르지 못할 때 요리책에 나오는 음식들을 하나씩 따라해 보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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