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한 시선 NO”…혼자라 행복한 나는 자유인
“측은한 시선 NO”…혼자라 행복한 나는 자유인
  • 석지윤
  • 승인 2019.09.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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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찍덕
축구장, 야구장을 다니며 선수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아내는 ‘찍덕’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의 한 찍덕 최씨는 현 생활에 만족해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석지윤기자
 

 

[신인류 '나홀로 족' 그들이 사는 법] Ⅲ. 솔로가 좋아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확산하면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집 값이 너무 비싸서 결혼할 엄두가 안 난다”, “내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든 상황에서 아이에게까지 어려움을 대물림하느니 자식 없이 혼자 살겠다” 등의 이야기를 앞세워 최근 결혼을 포기한 비혼족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가정을 이뤄 자식들과 알콩달콩 사는 행복’을 포기하고 주변에서 결혼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다양한 연령대의 비혼족을 만나 그들만의 결혼관과 자유로운 솔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 안해도 삶이 재밌어서 외로움 느낄 틈이 없다…선택적 비혼생활 즐기는 이들

 

홀로 전국·해외 돌며 여행 즐겨
비혼 처지 지인과 동행 하기도
상대에 대한 희생·이해 어려워
“반복되는 감정 소모 시간 낭비”
결혼·연애 욕구 자연히 사라져

직장인 김모(여·50·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지천명(知天命)이 되도록 독신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언제까지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수 있는지 지켜본다’고 말하던 주변 사람들도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더 이상 결혼 얘기를 화두로 올리지 않는다. “20대부터 꾸준히 독신주의자라고 말 했지만 주변에서 결혼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30대 후반 쯤 돼서야 다들 내 주장을 믿는 눈치였다.”

공무원 생활을 하는 김씨는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직 부모님이 정정하시고 남매들과 꾸준히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 외로움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 “부모님도 한 시간 거리에 계시고 10분 거리 내에 동생들도 있어 혼자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한 달에도 몇 번씩 대구 밖으로 향한다. 김씨의 행선지는 가까운 경북에서부터 멀게는 바다 건너 외국까지 다양하게 뻗어져 있다. 주로 홀로 전국을 누비는 그지만 이따금씩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혼자 생활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 여행도 자연스럽게 혼자 다니게 됐다. 최소 2인분 이상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 식당에 들어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혼자서도 여행을 즐기는 것에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

직장인 김지훈(29·대구 달서구 감삼동)씨는 20살 대학 신입생 시절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10년 가까이 솔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연애 과정에서 반복되는 감정 소모에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만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헌신과 이해가 필요한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닫자 자연스럽게 연애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

그는 솔로 선언을 하기 전부터 일찍이 결혼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행복하고 부족함 없는’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탓.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다투시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자랐다. 싸움의 원인은 식탁에 오른 반찬처럼 사소한 것부터 보증 허락같은 중대한 것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에 관계 없이 그분들의 다툼을 보면서 ‘나는 미래 배우자와 싸워선 안 되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겠다’ 등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정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든지, 아니면 어느 한 쪽이 희생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섰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껴져 자연스럽게 (결혼을)포기하게 됐다.”

인생에서 가장 자유롭고 아름다운 20대 시절을 보내는 동안 그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이성들도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모든 관심을 거절하면서 혼자 지내는 것을 택했다. “관심을 표현해주시는 것 자체는 감사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리 연애·결혼에 뜻이 없기 때문에 어설프게 장단을 맞춰줄 수 없어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두 살 터울 형과 함께 사는 그는 형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좋은 아빠, 남편이 될 자신은 없지만 좋은 삼촌이 돼줄 순 있다. 조카에게 잘해줄 자신은 있는데 형이 결혼할 기미가 안 보인다. 얼른 집에 결혼 소식을 알리면 좋겠는데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

◇찍덕, 홀로 공연 관람 등…결혼 구애 받지 않는 나홀로족의 취미생활

 

카메라 들고 주말엔 ‘찍덕’ 변신
고가의 장비 마련하며 굿즈 제작
데이트 대신 좋아하는 공연 투자
취미 공유 ‘덕질메이트’ 사귀며

직장인 최모(여·33·대구 동구 대림동)씨는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DGB대구은행파크를 찾는다. 20년 이상 야구장을 다니며 쌓인 내공으로 축구장 섭렵까지 나섰다. “90년대 부터 야구장을 찾았고 2014년부터 카메라를 구입해 선수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

친구들의 권유로 처음 발을 딛은 축구장이지만 어느새 그는 시즌권까지 끊을 정도로 축구장의 매력에 빠졌다. “한창 대구의 성적이 좋았던 4월 친구들의 제안으로 대구은행파크를 처음 찾았다. 처음 축구 얘기를 꺼낸 친구들은 더 이상 경기장에 오지 않지만 나 혼자 시즌권을 구매해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축구에 빠졌다. 사진을 찍다 보니 최근 함께 사진찍으러 다니는 친구들까지 생겼다.”

최씨는 빠르면 경기시작 4~5시간 전, 최소 2시간 전에는 경기장 주변에 도착해 인근 카페에서 경기 시작 전 준비 과정을 거친다. “경기 몇 시간 전 미리 경기장에 도착해 컨디션을 조절하고 함께 사진 는 동료들과 장비 점검을 한다. 제작한 포토카드, 부채 등 굿즈를 나눠주는 날은 더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일찍 도착하는 편.”

직장생활로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그는 비교적 고가의 장비로 소요 시간을 줄인다. “비교적 저렴한 카메라·렌즈로 보정 작업을 통해 괜찮은 결과를 내기 보다 고가의 장비를 사용해 보정 과정을 생략하는 편이다. 찍은 사진들 중 잘 나온 것들 고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돼 보정까지 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는 최씨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다. “부모님께선 결혼 하라고 성화셨지만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굳이 일부러 결혼이란 걸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이유 만으로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찍은 사진과 직접 만든 굿즈를 사람들이 찾아주고 좋아해 주는 것에서 느껴지는 보람, 만족감 때문에라도 이 생활을 그만둘 계획은 없다. 내 체력과 여건 등 상황이 허락하는 한 계속 경기장을 찾아 사진을 찍을 것 같다.”

인디밴드 ‘디에이드’의 팬인 김지훈(29·대구 달서구 감삼동)씨는 그들의 음악을 가까이서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 김씨는 공연 일정이 확정되면 최대한 모든 공연을 보기위해 전국을 다닌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공연장에서 듣는 건 이어폰을 통해 듣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주로 혼자 공연장을 찾는 그는 여러번 마주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한다. “공연을 다니다 보면 ‘덕메’(덕질 메이트)라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이 생긴다. 기존 친구들과는 나눌 수 없는 좋아하는 공연,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정보도 공유하는 등 여러모로 유익한 관계다.”

그는 친구들이 이성에 시간·돈을 쏟을 때 가수·공연에 돈을 쓴다. 김씨의 친구들도 그의 신조를 존중한다.“연애나 공연 관람이나 결국엔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건데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신경써야 하는 연애보단 이쪽(공연 관람)이 더 마음 편한 것 같다. 연애하면서 마음고생하는 친구들을 보면 연애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나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을 이해하고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다.”

김씨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공연장을 찾을 계획이다. 시간이 흘러 응원하던 가수가 은퇴해도 다시 새로운 가수들이 나오기 때문. “지금 좋아하는 가수가 활동을 중단하면 물론 아쉽겠지만 그렇다고 내 생활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연습실이나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가수들 중 내 취향에 맞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들이 기존 가수들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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