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더 블루, 17일부터 서상언 ‘수묵, 우주의 길…’展
갤러리 더 블루, 17일부터 서상언 ‘수묵, 우주의 길…’展
  • 황인옥
  • 승인 2019.09.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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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계승 대신 현대화 모색
운석으로 우주 상징화 시도
새로운 작업 통해 개념 확장
Big Bang1
서상언 작 ‘빅뱅’


서예나 수묵은 관념의 예술이다. 사변적으로 굳어진 관념을 글씨나 그림에 은유했다. 엄격한 선비정신이 녹아든 서예나 수묵화의 관념성에 대한 권위는 이견을 불허할 만큼 견고하다. 중첩된 시간성과 그로 인한 완고성은 철옹성에 비유된다. 서예가이자 수묵화가인 백천 서상언은 서예나 수묵이 가지는 관념성을 전복시키는데 예술적 열정을 할애해 왔다. 수묵과 한지라는 전통 재료를 고수하면서 소재나 주제에서 혁신에 가까울 만큼의 변화를 모색한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죠. 모든 것이 변하는데 수묵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발붙일 곳이 없을 거에요.”

백천 서상언 ‘수묵, 우주의 길을 묻다’전이 갤러리 더 블루(대구 중구 태평로 푸른병원 14층)에서 열린다.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우주를 운석으로 표현한 수묵 작품 20여점이 걸린다. 백천이 이번 작품에 대해 한마디로 “땅에서 하늘로 왔다. 더 정확히는 우주”로 언급했다. “지금까지 땅 위의 소재로 인간사회를 말했다면 이번에는 하늘 위 운석을 소재로 우주 이야기를 했어요.”

현대수묵화를 지향한 백천이 최근 몇 년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오직 한 가지. “현대인의 감성과 정신이 녹아든 수묵은 무엇일까?”였다. 수묵의 현대적 계승에 해당됐다. 이에 따라 그는 법고(法古)보다 창신(創新)에 매달렸다. 그가 전통수묵화가 가진 간결한 미학과 사변적 우월성을 현대 미술 어법과 융합하는 것을 당면과제로 여긴 이유는 단순했다. 과거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수묵화의 위상을 새롭게 하는 것. “수묵이 법고에만 그치면 현대인의 감수성과 따로 놀게 됩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소통성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는 현대인의 감수성으로 수묵화의 재무장이 필요하다고 봐요.”

백천의 수묵은 개념의 수묵이다. 그는 전통 수묵의 관념을 버리고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건드리며 개념미술을 모색했다. 백두산 장백폭포와 한라산 백록담의 전통 산수화에 현대의 대통령궁인 청와대를 그려놓고 ‘통일’을 언급하거나, 가야문화권의 유물과 소나무를 접목해 영·호남 화합에 대한 메시지를 심는 식이다. 불두(불상의 머리)와 달항아리, 찻사발, 분청사기 등의 고미술에 민족혼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우주로 상징화한 ‘운석’은 변화에 대한 또 하나의 산물이다. “이번에는 수묵으로 ‘어떻게 시대의 흐름을 표현할까’를 고민하던 중에 불지불식간에 떠오른 소재”다. ‘존재의 근원’에 대한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개념의 차원은 더 높아지고 깊어졌다 할 수 있다. 운석과 우주로 대변되는 이번 작품은 지난해 9월 제6회 개인전을 끝내고 다음 전시를 위한 작품 구상에 들어간 결과다. 작가는 그 즈음, 100인의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공부했다. “세계현대미술작가 100인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만나게 됐어요.”

당시 현대미술에 대한 공부는 깊었고, 깨달은 바는 컸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형상은 요원했다. 당시 백천은 어떤 소재에 무슨 메시지를 담을지 막막한 상태에서 먹을 곁에 두고 무작정 한지 앞에 앉았다. 그때 부지불식간에 한지 위에 운석이 둥실거리기 시작했다. “집중할수록 우주의 기운이 제 몸을 감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 느낌이 운석으로 드러났죠.”

수묵화 소재로부터의 탈출은 이미 전작들에서 시도됐다. 수묵화의 재료로 등장한 적 없는 청와대나 노송과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의 불두(佛頭)의 새로운 조합 등이 그랬다. 운석은 그 연장선에 해당된다. 그가 “더 추상적이 됐다”고 했다. 사실 동양은 서예나 수묵화를 통해 서양보다 추상의 역사가 빨랐다. 그런 점에서 백천의 깊어진 수묵추상은 자연스럽다.

“현대에 들어 서양미술이 고도의 추상으로 가면서 마치 추상이 서양의 전유물인 것처럼 됐지만 추상은 오히려 우리가 먼저였어요. 저는 서예나 수묵 초기에 고민했던 존재의 근원으로 역추적하며 추상을 바라보고 있어요.” 200x800cm인 대작 ‘빅뱅(Big Bang)’이 걸리는 전시는 17일부터 30일까지. 010-8594-6582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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