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지팡이’ 짚은 440살 은행나무, 오랜 세월 더 보고 싶구나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지팡이’ 짚은 440살 은행나무, 오랜 세월 더 보고 싶구나
  • 임종택
  • 승인 2019.09.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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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보다 더 늙어보이는 이유는?
뿌리에 수분 많으면 생육 어려운 種
진등산 아래 축축한 물길·낙동강 탓
제대로 된 건조·호흡 못하면서 자라
2년 전 배수로 설치하고 유공관 매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서원木
천연기념물 지정·보존 방안 모색을
도동서원은행나무2
도동서원 입구에는 ‘김굉필 나무’라고 일컬어지는 은행나무가 있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 약 440여 년으로 대구시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도동서원1-1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35번지에 있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9)세계문화유산 도동서원 그리고 은행나무 랜드마크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35번지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이 있다.

진등산 산아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는 서원은 최근 전국적으로 9개 서원 중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포함된 서원이다. 서원은 원래 교육기관이자 유교의 성현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도동서원의 담장은 맞담으로 지극히 아름다우며 전국적으로 토벽이 보물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조선의 성리학자를 대표하는 조선 오현(五賢)의 한명이었던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모시기 위해 외증조부 한훤당의 후손인 조선 중기 성리학자였던 한강 정구(1543-1620)선생이 광해군 2년(1610년)에 사액을 받은 서원이다.

이 서원 입구에는 ‘김굉필 나무’라고 일컬어지는 은행나무가 있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 약 440여년으로 대구시 보호수 8-2호(관리번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정구 선생이 서원이 사액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심었는데, 수령에 비해 나무의 상태는 다소 노화가 빨리 온 듯한 모습이다.

은행나무는 원래 전세계에 유일하게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에 속하는 나무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는 스스로 자생하는 종(種)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은행나무의 역사는 3억 5천만년이 넘는다.

세대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유전자의 변이도 거의 없어 이는 유전적으로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생장 생식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불가사의한 나무다. 빙하기와 극한의 상황을 겪고도 살아남은 절대강자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불덩어리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생물학자였던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라고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

번식력도 뛰어나다보니 오랜 세월 인간의 곁에서 함께하는 보호수도 되고 가로수도 되고 공원이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도 되었다. 뿐만아니라 은행나무는 열매에 독성이 있어 병해충의 간섭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은행나무 주변은 다른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 이것은 알렐로파시(Allelopathy: 타감작용)라고 해서 자신의 몸에서 생화학 물질을 만들어 다른 식물의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열매에 ‘메칠피리독신’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타감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은행나무는 지극히 이기주의적이지만 그렇게 철저히 자신을 지켜왔기에 인간의 곁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지만 찬기운이 내려 앉는 가을이 오면 나무는 자신의 원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엽록소라는 초록의 겉옷이 벗겨지면 마법처럼 그 속에는 카로티노이드라고 하는 노란색 색소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엽록소의 분해가 카로티노이드보다 훨씬 빨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은행나무를 기억할 때 언제나 노란잎 단풍만을 기억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은행나무는 가을의 전설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초록색은 여름이면 너무 흔한 색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서리 내리는 가을 밤과 회색의 도시에 일제히 노란 등불을 밝히기 위해 초록 잎은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한껏 머금어야 한다.

어둠을 뚫고 땅속에서 거대한 육신으로 솟아나온 도동서원앞 은행나무는 굽고 습기찬 자신의 발등과 어깨 위에는 다행히 초록 잎을 많이 달고 있다. 2년전 내가 이곳을 방문 했을 때 나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진등산 아래는 의외로 경사기 다소 급해서 땅속 물길이 나무 뿌리에 영향을 줘서 배수가 되지 못해 남아있는 과도한 수분으로 인해 나무는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었다. 당시 뿌리 부분의 배수 처리를 위해 보호수배수개선공사를 하고 있었다. 뿌리 주변에 배수로를 설치하고 유공관을 묻어 도로 건너 낙동강으로 물길을 돌리는 작업이었다.

도동서원-은행나무1
은행나무를 받치고 있는 여러개의 지지대.

배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지만 아직도 습기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름모를 생명들이 가지를 둘러싸고 있다. 각종 이끼며 수많은 기생 식물들의 요람처럼 보인다. 은행나무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뭇 생명들에게 내어주고 있지만 가지 전체가 온통 상처와 우레탄으로 치료(외과수술)한 흔적들로 가득하다. 은행나무는 뿌리 근처에 수분이 많으면 잘 살지 못하는 나무다.

산 아래는 산의 물이 모이거나 물길이 지나가는 곳이다. 그곳에 자신의 영토를 만들었으니 뿌리를 통해 건조하고 신선한 산소 한번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숙명에 이르게 되었다. 더욱이나 낙동강의 습기와 주변 환경의 특성상 습도가 높은 지리적 특성은 어찌할수 없다고 하더라도 성리학의 융성과 유교의 덕목이 온전히 보존되어 내려오는 서원의 얼굴이자 서원목인 은행나무는 미래에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 가을의 노란 은행잎이 아름다워 사진의 앵글 속에서만 우리의 기억으로 남겨질 것인지, 돌아오는 길은 착찹한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사람들의 기억에는 도동서원에 대한 세세한 기억 보다는 서원앞의 은행나무의 진기하고 굽어자라는 모습과 단풍을 더 생생히 기억한다. 도동서원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세계문화유산은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류에 의해 파괴되거나 훼손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정하는 인류의 역사, 문화, 사회발달의 고증 자료로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세계인이 보는 서원앞에 당당히 서있는 나무, 생명이기에 한정된 시간만 주어져있지만, 다섯 개의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나무는 볼때마다 안쓰럽다. 산림청 지정 보호수로 되어있지만 임시방편적인 방법으로만 나무의 생육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물론 관계 기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무의 건강한 보전을 위해 모니터링을 할 것이다. 하나의 방법은 나무를 지상위로 들어올려 다시 심는 것이다.

이 방법을 기관에서는 당연히 했으리라 본다. 물론 위험은 존재한다. 늘어진 가지 문제도 그렇고 생존 확률도 장담할 수 없다. 인간의 선택적 사랑 앞에 암나무는 열매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외면받고 있는 것이 은행나무의 기이한 현실이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던 열매의 추락한 모습이다. 이 나무도 처음에는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였는데 어느 순간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하는 소설같은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현재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여럿 있다. 천연기념물은 법에 의하면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가 법률에 따라 지정한 학술상 가치가 높거나 희귀하고 독특하여, 법률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관리하는 동·식물과 그 서식지, 지질, 광물 등을 말한다. 즉, 연구할 가치가 높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식물과 자연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다.」라고 되어있다.

독특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식물이라는 사실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도 세계의 문화유산구역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은행나무의 위상과 보존 방법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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