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아침
신문지 한 켠에 띤 다섯 글자
무심한 듯 이끌리는 매력
오늘의 운세
뱀띠에 눈을 뗄 수 없다
조심스레 읽어가다 역시
기대가 컸나 잠깐 실망하고
좋으면 괜히 즐겁고 나쁘면 잊는다
찾아서 보진 않지만
눈에 띄면 읽어 보는 운
하루를 점치는 사주인
12가지 띠로
사주팔자 운명 서로 갈라 놓고
오늘을 점친다
모든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것
축소판으로 옮겨 담아
띠 들을 한 곳으로 유인한다
재미로 보는 불편한 진실 혹은 거짓
오늘의 운세 한번 볼까나
◇정을숙= 1966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여상 졸업 후 진해에 거주하며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문학 기획위원, 낙동강문학 편집인을 지냈으며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내 마음이 고장 났다(시민문학사刊) 등이 있다.
<해설> 논리학에서 말하는 점쟁이의 오류란 게 있다. 어떤 점쟁이가 당신은 이번 여름에는 위험하니 물가에 가지 마라고 했다. 그 말에 따라 물가에 가지 않아서 별일이 없었거나, 무시하고 물가에 가서 다치거나 점쟁이 말은 다 진실이 된다. 물가에 가지 않았다면 점쟁이는 자기 말을 들어서 다치지 않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물가에 가서 다치면 자기 말을 듣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점쟁이의 오류라는 것이다. 오늘의 운세도 그런 것이 아닐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나쁜 일과 좋은 일을 두루뭉술 기술하여 읽는 사람이 감정이입이 되는 게 아닐까? - 김연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