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아리아·신들린 연기…‘벨칸토 걸작’ 청중 홀렸다
광란의 아리아·신들린 연기…‘벨칸토 걸작’ 청중 홀렸다
  • 황인옥
  • 승인 2019.09.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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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지휘
소프라노 마혜선 등 성악가들
파바로티 연상케 할 ‘극한 고음’
연출 브루노 베르거-고르스키
낭만주의 적나라한 시대상 녹여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공연 모습.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휘 로베르토 리치브리뇰리,연출 브루노 베르거-고르스키, 테너 아서 에스피리트, 소프라노 마혜선.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리뷰

막이 오르기 전, 디오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서곡이 울려 퍼질 때 짐작했다. “오늘 공연 일 내겠는데...”하고.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스텝들의 합이 서곡에서 예고편처럼 펼쳐졌다.

지난 5일, 기대 속에 막을 연 제 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서곡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디오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았던 다수의 해외 지휘자들이 칭찬해 마지않았던, 오페라 연주단체로 아시아 최고를 자랑하는 디오오케스트라지만 이날 공연은 서곡에서 벌써 관객들의 귀를 활짝 열어 젖혔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리카르도 무티와 협력 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음악감독 및 지휘자로 활동하고 세계를 무대로 지휘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휘자 로베르토 리치브리뇰리의 마법같은 지휘가 뽑아낸 디오의 연주는 그야말로 특별함. 그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수십회 이상 다룬 관록의 지휘자답게 디오오케스트라와 함께 올해 개막작의 성공을 견인했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가장 이탈리아적인 양식인 이른바 ‘벨칸토 오페라’의 명작으로 꼽힌다. 벨칸토는 한마디로 ‘노래를 위한, 명가수에 의한 오페라’로, 성악가가 발휘할 수 있는 극한의 기교를 총동원해 노래해야 하는 작품이다. 때로는 인간의 목소리로 악기들의 기교와 겨뤄야 할 정도로 화려하고 기교적인 창법을 요구한다.

 

제17회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공연모습
제17회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공연모습

이날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주역은 역시 성악가들. 특히 루치아 역의 소프라노 마혜선과 에드가르도 역의 테너 아서 에스피리트는 벨칸토 오페라에 최적화된 성악가였다.

아서 에스피리투는 전성기 때의 플라시도 도밍고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소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감정표현과 노래의 고급스러움이 빛이 난다는 평을 받았고,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루치아 역의 마혜선도 이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듯 미친 연기와 노래를 선사했다. 두 배우의 신들린 노래와 연기는 지난여름의 시름을 씻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개막작이 입소문을 타면 그해 축제의 흥행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런면에서 올해 축제의 개막작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보였다. 지난 5일과 7일 공연 객석점유율이 80%를 넘겼고, 공연 내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관객을 홀린 주역은 지휘자와 성악가들이었지만 여기에 빠트리면 섭섭한 또 한 명은 비밀병기가 있다. 연출을 맡은 브루노 베르거-고르스키다. 오스트리아 빈을 기반으로 세계무대에서 연출가로 활동한 그의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공연에서 낭만주의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려 했다.

그가 “사회관습이나 종교관습으로 인해 선택권이 제한되었던 그 시대의 여성들의 이야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주인공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제17회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공연모습
제17회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공연모습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힘은 스토리였다. 19세기에서 21세기라는 시대적인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보편 인류의 주제인 남녀의 사랑, 그 중에서도 비극적인 사랑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코틀랜드의 작가 월터 스콧의 소설 ‘래미무어의 신부’를 원작으로한 스토리의 힘이었다. 그래서일까? TV 드라마에 빠져들 듯 극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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