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석
또 추석
  • 승인 2019.09.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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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아침저녁으로 선선하여 살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추석이 되었다. 추석이 계절상으로 가을에 접어들어 날씨도 좋고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에 있는 명절이라서 설보다는 넉넉하고 여유롭다. 상여금을 받는 직장도 많아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여 반갑다. 한가위 축제도 많고 보름달을 볼 수 있나 일기예보도 나온다. 추석은 풍요와 기원의 명절이었다.

추석명절날 연휴에 가족끼리 모여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외나 국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는 뉴스를 자주 보았다. 처음에는 조상제사를 해외에서 지내냐고 욕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약간은 부러운 눈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추석이라고 좋아하는 이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추석이 다가오면 또 추석이네, 스트레스다, 그 쪽 집은 어떻노, 서로 힘들다고 얘기하기 바쁘다. 명절증후군이다, 명절 후 이혼한 부부가 많다는 통계를 접한다.

남자들은 추석 전에 벌초 때문에 스트레스다. 산소위에 풀이 여름비에 쑥쑥 자라 깍지 않으면 보기 흉하기에 자식 된 도리로 벌초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벌초 날 평소에 손에 잡지 않던 낫을 들고 산을 오른다. 모든 아들들이 다 오는 것도 아니다. 오는 사람은 오고, 안 오는 사람은 늘 안 온다. 장사를 해서, 직장에 휴일이 없어서, 사는 게 넉넉지가 않아서 이유는 많다. 이해하지만 오는 사람만 와서 벌초를 하면서 안 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 교대로 오는 것은 어떻노 의견이 분분하다. 벌도 겁이 나고 뱀도 겁이 난다. 매년 벌초 후에는 벌에 쏘여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뉴스를 보지 않았는가?

여자들은 음식 준비로 스트레스다. 언제 누구와 어디서 만나서 장을 볼 것인가, 장 본 음식을 어디에 그동안 저장해 둘 것인가, 누가 운반해 갈 것인가. 다듬고 음식 하는 날은 몇 시간 동안 기름 냄새에 찌들어 숨이 막히고, 팔 다리도 아프다. 종류가 빠진 것은 없는 지도 신경이 쓰이고, 간이 잘 되었는지 맛은 있는지도 신경이 쓰인다. 한 두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고, 자기 식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입맛이 다르다. 다른 입맛 수만큼 말도 많다.

아이들도 스트레스다. 엄마는 하루 종일 일하느라 바쁜데 딱히 할 일이 없다. 사촌들끼리 자주 보는 것도 아니어서 서먹하다. 자주 보는 사촌들은 자기들끼리 붙어 다닌다. 거기에 끼고 싶지만 잘 끼워주지도 않는다. 중학생, 고등학생이라 까칠하고 굳이 서로 잘 지내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없다. 엄마들도 자기들 일이 바빠 세심하게 아이들까지 신경 쓰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마음 맞는 사촌이 있어도 하루 종일 갇혀서 할 것이 많지 않다. 고작 휴대폰으로 동영상 보고 게임하는 것이 다다. 음식을 많이 하지만 입맛에 맞는 것도 없다.

형제들끼리, 동서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얼굴보고 만나서 일을 하는 것도 즐겁다. 오랜만에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대가족이 모여 안부도 묻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는 것도 좋다. 그런데 요즘 그런 형제, 동서들이 흔하지가 않는 것 같다. 사연 없는 집이 없다. 괜히 명절날 만나서 1박2일 하면서 얼굴만 더 붉히고 감정만 상하는 경우가 많다. 조상들도 후손들이 자기들 제사지낸다고 모여 싸우는 것을 좋아할까? 살아 있을 때 잘 하고, 살아 있을 때 잘 지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60,70대 남자 분께 질문을 해보았다. 나중에 산소를 어떻게 쓰시고 싶냐고? 지금처럼 산에 봉분을 크게 하여 묻히시고 싶냐고? 두 분 다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수목장도 좋고, 추모관도 괜찮다고 하셨다. 한 분은 봉분 없이 작은 비석만 보이도록 이미 가족묘를 만들어 두셨다고 한다.

예전처럼 추석을 기다리던 시절이 그립다. 사람들이 또 추석이네라며 한숨 안 쉬고, 반길 수 있는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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