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국, 40일
조국 정국, 40일
  • 승인 2019.09.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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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경영학 박사 SQ힉스아카데미 대표
성경에서 40일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중요한 기간이다. 예수는 공적 생애를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을 보낸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후 십계명을 받기 위해 시내산에서 40일을 보낸다. 그 40일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배신하고 황금 송아지를 숭배한다. 그 백성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모세가 간절히 기도한 기간도 40일이다. 온 세상을 물바다로 만든 대홍수가 지속된 기간도 40일이었다.

성경에서 40일은 중요한 변화나 정화가 일어나 개인이나 세상이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중요한 기간이다. 정신 분석가 ‘칼 융’은 “뿌리를 지옥까지 뻗지 못하는 나무는 하늘나라까지 자라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40일은 나무가 하늘나라까지 자라기 위해 그 뿌리를 지옥에까지 뻗는 기간이다.

지난 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 지명 28일 만인 9월 6일, 우여곡절을 거쳐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렸고 검찰은 그 날 조국 후보자의 부인을 서류위조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급기야 9일 조국 법무부장관을 임명했다. 지난 달 9일부터 추석 다음 주까지의 ‘40일’은 우리 대한민국에게 매우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이 40일 동안 언론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기사를 홍수처럼 쏟아 내었다. 쏟아져 나온 그에 대한 보도를 듣고 읽으며 우리 국민들은 조국 후보자를 더 알게 되었다. 기자 간담회를 통하여 그 기사를 쓴 기자들의 생각이 어떠한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주에 열린 청문회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장단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심지어 청문회가 마치는 시간 즈음에 단행된 후보자의 부인에 대한 불구속 기소는 검찰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뿌리를 지옥까지 뻗지 못하는 나무는 하늘나라까지 자라지 못한다”는 칼 융의 말에서 주체로서의 나무는 ‘대한민국’이다. 이 40일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무가 그 뿌리를 지옥까지 뻗어 마침내 하늘나라까지 자라는 기간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서 부사구로서의 지옥은 분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

조국 후보자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하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지옥이라 주장한다. 그들에게 현 정권은 우리나라를 뒤엎어 망치려고 하는 지옥의 세력이다. 또 조국후보자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그 반대 세력과 언론과 심지어 검찰도 지옥의 세력이라고 주장한다.

이 40일 동안 엿보게 된 또 다른 지옥이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다. 좌파 혹은 진보의 상징적 존재였던 조국 후보자는 자신의 글과 말에 훨씬 못 미치는 이중적 삶을 드러냈다. 그를 비난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이중성도 담대하다고 해야 할 만큼 거침이 없다. 자녀 문제로 후보자를 거칠게 비난했던 모 야당 국회의원은 청문회가 끝나자 말자 자신의 아들이 음주운전 사고로 사과를 해야 했다. 딸의 부정입학 문제로 의혹을 받고 있는 야당 원내대표도 상대방의 자녀 문제는 합리적 의심이라며 가혹하게 공격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동양대학교 총장이라는 분의 이중성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는 자기 대학의 교수인 조국 후보자 부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며 교육자의 양심을 언급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자신의 학위 문제로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받은 박사학위가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의 신분이 목사이며 그가 학위를 받았다는 학교가 미국의 신학교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만일 그의 학위가 가짜인 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양심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정치적 외압에 독립적이어야 할 검찰도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일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이러한 혼란의 40일이 개인이나 세상이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기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40일 동안 온갖 혼란의 지옥에 뿌리를 닿은 ‘대한민국’이란 나무는 마침내 하늘나라까지 자랄 것이다. 추석 명절, 가족과 함께 그런 우리 대한민국을 얘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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